상승단계요격: 한반도 미사일방어 체계의 새로운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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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격체의 컴퓨터 모델과 2004년 당시 현존하는 미사일들과의 비교
[note note_color=”#f3f3ef”]방공저널 121호(2014년 2월 26일 발행, 공군방공포병학교)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당시 해당 저널에서 제가 과거에 번역한 북한 방공망 분석 글을 아무런 사전협의나 크레딧도 없이 베낀 불쾌한 사건이 있어 한참 내버려두고 있다가 마침 떠올라서 전문을 게재합니다.[/note]

북한의 탄도탄 위협으로부터 우리나라를 방어할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은 결국 탄도탄을 격파할 요격체계이다. 이미 우리 공군은 패트리어트 체계를 운용하고 있으며 패트리어트의 성능개량 사업 또한 추진 중에 있다. 여기에 더해 SM-3나 THAAD와 같은 요격체계의 도입설도 때때로 들려온다. 그러나 한반도 전장의 특성상 위와 같은 요격체계들은 어느 정도의 명시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 미사일 방어체계를 둘러싼 논의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상승단계 요격방식을 소개한다. 상승단계 요격방식은 비록 생소하지만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는 방식이다. 상승단계 요격방식을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우선 탄도탄 요격방식의 분류 및 정의, 장단점들을 되짚어 보도록 하자.

탄도탄 요격학 개론

탄도탄이 발사되어 목표물을 타격할 때까지의 과정은 보통 세 단계로 나뉘어진다. 발사 후 추진력을 얻어 상승하는 상승단계(ascent/boost phase)가 첫째이고, 우주 공간으로 진입하여 비과하는 중간단계(mid-course phase)가 둘째이며, 마지막으로 미사일이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목표지점을 향해 낙하하는 종말단계(terminal phase)가 있다.

탄도탄 요격의 방식 또한 이 세 단계 중 하나를 노린다. 상승단계 요격용으로 개발되던 무기체계에는 항공레이저(ABL: Airborne Laser)와 운동에너지요격체(KEI: Kinetic Energy Interceptor)가 있다. 그러나 KEI는 개발이 취소되었고, ABL은 작전 및 기술적 문제로 인해 연구개발(R&D) 과제로 전환되었다. 최근에는 ABL와 유사한, 레이저로 박격포나 무인기 등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기술(HEL MD: High-Energy Laser Mobile Demonstrator)이 개발되기도 했다.

중간단계 요격은 근래에 가장 많은 관심을 얻고 있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도입설이 흘러 나왔던 SM-3(블록 1, 2)가 중간단계 요격방식에 해당된다. 대기권 바깥을 긴 시간동안 비과하기 때문에 탐색 및 관찰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륙간탄도탄(ICBM)의 경우 최대 20분 동안 중간단계를 거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요격체계 외에도 지상기반요격체(GBI: Ground-Based Interceptor)와 다탄두요격체(MKV: Multiple Kill Vehicle)이 있다. GBI는 미국 본토에 배치되는 지상기반 중간단계 방어(GMD)의 핵심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미사일방어 관련 연구 등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반면 MKV는 개발이 취소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미 우리 공군이 도입하여 최근 성공적으로 실사격까지 마친 패트리어트를 비롯한 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SM-2 블록4, MEADS(Medium Extended Air Defense System: 중거리 방공체계)는 종말단계 요격체계에 해당된다. 현재 실전 배치된 미사일방어 체계의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

탄도탄의 비과 과정에 따라 배치한 요격체계들. 미사일방어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이미 여러 번 보았을 도해이다.

각 요격방식들의 장점과 단점

각 요격방식에는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가장 널리 도입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현재 도입되어 있는 종말단계 요격방식부터 살펴보자. 종말단계 요격이 가장 먼저 개발되었던 것은 다른 두 가지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기술적으로 개발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물론 ‘총알을 쏘아 날아오는 총알 맞추기’로 흔히 표현되는 미사일방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기권에서 낙하하는 탄두는 음속의 10배가 넘는 속도를 낸다. 이처럼 빠른 낙하속도는 요격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도 별로 주지 않는다. 또한 추락하는 지점 근처에 요격체계가 배치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방어를 위해서는 많은 요격체계를 필요로 한다는 단점도 있다.

종말단계 요격의 가장 큰 단점은 탄두를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한다고 하여 반드시 방어지역이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만약 생화학탄이나 핵탄두를 요격할 경우, 그 잔해를 통해 여전히 방어지역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이를 비롯한 여러가지 이유로 미국은 상승단계와 중간단계 요격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었다.

중간단계 요격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대 20분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요격에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낙하하기 전에 대기권 바깥에서 요격하기 때문에 요격체계 하나로도 넓은 구역을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대기권 바깥에서 비과 중인 탄도탄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매우 강력한 레이더가 필요하다. 대륙간탄도탄의 비과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레이더를 우주에 설치해야 할 필요도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간단계 요격의 가장 큰 맹점은 가짜 탄두(디코이)를 사용한 기만술에 매우 취약하다는 데 있다. 단순히 비슷한 무게와 모양의 디코이들을 함께 대기권 바깥에서 흩뿌리면 현재의 기술로는 구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모든 비행체에 요격을 시도해야 한다.

상승단계 요격은 가능하기만 하다면 가장 이상적인 요격 방식이 될 수 있다. 종말단계의 단점이 모두 해결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중간단계의 가장 큰 문제점인 디코이와 진짜 탄두의 구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상승단계에는 로켓의 분사와 대기와의 마찰로 인한 열과 연기의 발생 때문에 목표물을 탐지하고 추적하기도 용이하다.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연료를 사용하여 추진 중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운동에너지로도 탄도탄을 요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상승단계 요격방식의 문제점: 美국립연구위원회의 비판

그러나 상승단계 요격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미국 국립연구위원회(National Research Council)이 미 의회의 의뢰를 받아 2013년 9월에 발표한 <현실적인 탄도미사일방어: 다른 대안들과 비교한 미국의 상승단계 미사일방어 개념 및 체계의 평가 ((Committee on an Assessment of Concepts and Systems for U.S. Boost-Phase Missile Defense in Comparison to Other Alternatives; Division on Engineering and Physical Science; National Research Council, Making Sense of Ballistic Missile Defense: An Assessment of Concepts and Systems for U.S. Boost-Phase Missile Defense in Comparison to Other Alternatives, 2012))> 보고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 계획에 비판을 가했다. 그중에서도 상승단계 요격의 가능성에 대해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미 국립연구위원회 보고서의 표지
미 국립연구위원회 보고서의 표지

상승단계 요격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상승단계가 너무나 짧다는 데 있다. 해당 보고서는 이란이 미국 동부를 향해 대륙간탄도탄을 발사했을 경우를 상정했는데, 약 40분의 전체 비과시간에서 상승단계는 180~250초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탐지, 추적 및 요격에 단 3분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또한 상승단계 요격을 위해서는 요격체계가 탄도탄의 발사 위치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란은 국토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상승단계 요격이 가능할 정도로 요격체계를 가까이 배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북한은 탄도탄이 미국 본토를 향할 경우 발사 궤적이 중국과 러시아를 지난다. 다시 말해, 북한이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하는 탄도탄을 상승단계에서 요격하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러시아 영토에 미국의 요격체계를 배치해야 한다. 이는 현재의 국제정세에서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과 미국은 이미 방공식별구역을 두고 갈등을 빚었으며, 러시아와 미국은 미사일방어를 두고 오래 전부터 진통을 겪어 왔다.

美국립연구위원회 보고서에 대한 비판

한편 국립연구위원회의 보고서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IBM 토마스 왓슨 연구소에서 명예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50년 넘게 미국 국립과학원(NAS: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의 회원으로서 외교안보 분야에서 자문을 하고 있는 리처드 L. 거윈 박사는 국립연구위원회가 상승단계 요격체계에 대한 현실성 있는 제안들을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Richard L. Garwin, Re: the National Academies of Science Report, “Making Sense of Ballistic Missile Defense…”, 2012))

리처드 거윈 박사는 1999년부터 지상기반요격체(GBI)를 사용한 상승단계 요격체계를 제안해왔다. 당시 발표한 논문인 <협동적 탄도탄 방어 ((Richard L. Garwin, Cooperative Ballistic Missile Defense, 1999))>에서 거윈 박사는 연소완료속도(BOV: burnout velocity)가 8.5km/s 되는 GBI를 블라디보스톡과 동해의 함선에 배치하면 미국 본토부터 하와이를 노리는 거의 모든 북한의 대륙간탄도탄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블라디보스톡에 GBI를 배치하자는 제안인데 오늘날의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관계에서는 불가능한 것이기는 하다.

이 논문에서 제안한 사항을 거윈 박사가 2005년에 좀 더 보강하여 발표한 <전미 미사일방어: 전망과 문제 ((Richard L. Garwin, National Missile Defense: Prospects and Problems, 2005))>에서는 연소시간 100초에 8.5km/s의 연소완료속도를 갖춘 GBI를 제안한다. 러시아에 GBI 기지를 배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의식한 것인지 이 논문에서는 폐선(廢船)을 개조하여 동해에서 발사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는 연구가 있다. 2004년에 미국 물리학회(American Physical Society)에서 발표한 상승단계 요격에 대한 연구 보고서 ((David K. Barton et al., Report of the American Physical Society Study Group on Boost-Phase Intercept Systems for National Missile Defense: Scientific and Technical Issues, 2004))이다. 당시 상승단계 요격에 적합한 요격체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라 연구진은 사용 가능한 요격체를 컴퓨터 모델로 만들어 연구에 사용하였다. 이렇게 시뮬레이션된 모델들은 현실적으로 개발이 가능한 것들이다.

상승단계 요격체 모델의 가상 제원
상승단계 요격체 모델의 가상 제원
요격체의 컴퓨터 모델과 2004년 당시 현존하는 미사일들과의 비교
요격체의 컴퓨터 모델과 2004년 당시 현존하는 미사일들과의 비교

여기에서 제시된 I-3, I-4, I-5 모델은 당시 발사 플랫폼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것이지만 I-1과 I-2 모델은 당시의 발사 플랫폼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모델은 I-2 모델인데 추진시간(boost time)이 47초이면서 5.0km/s의 상당한 수준의 연소완료속도를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이 사이즈의 모델은 현존하는 이지스 수직발사체계(VLS: Vertical Launching System)로도 발사 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장점이 있다. 다시 말해,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새로운 플랫폼 개발을 하지 않고도 기존의 발사체계를 이용하여 보다 경제적인 대안 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 물리학회의 2004년 보고서는 이러한 상승단계 요격체의 가능한 배치 방법들을 검토했다. 보고서는 I-4와 같은 요격체는 이동형발사대(TEL: Transporter-Erector-Launcher)를 사용하여 발사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를 위한 이동형발사대의 개발은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도 개발 가능하다고 보았다. 반면 I-5와 같은 초대형 요격체(무게만 해도 66톤이다)는 사일로 등의 고정된 시설에서 발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해상 배치의 경우는 앞서 언급한대로 이지스 수직발사체계에서 발사 가능한 I-2 모델이 바로 적용 가능하다. 그러나 그밖의 대형 요격체는 아예 새로운 플랫폼의 개발을 필요로 한다. 해상 요격체계의 또다른 문제점은 기상에 따라 발사 여건에 큰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방식을 채택하면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있지만 I-4나 I-5와 같은 대형 미사일을 잠수함으로 발사하기 위해서는 핵잠수함 수준의 전력이 필요하다.

미국 물리학회의 2004년 보고서는 상승단계 요격체의 공중 배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대륙간탄도탄을 상승단계에서, 그리고 공중에서 요격하는 데에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지속성과 탑재중량, 그리고 자위(self defense) 문제이다. 요격체를 탑재하고 있는 비행기가 계속 체공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또한 상대의 대공방어 체계나 항공전력으로부터의 보호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개발 사례: 이스라엘과 미국

한편, 1990년대에 무인기(UAV)를 이용한 상승단계 요격체계 개발 시도가 있었다. 바로 미국과 이스라엘에서였다. 1993년, 이스라엘은 자국의 파이썬 3 또는 파이썬 4 공대공 미사일을 개량하여 전술탄도탄을 상승단계에 요격할 수 있게끔 하고자 시도하였다. 이것을 항공기 또는 무인기에서 발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이 개발 사업은 이스라엘 추진 요격 체계(IBIS: Israeli Boost Intercept System)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스라엘의 상승단계 요격용 무인기 HA-10의 컴퓨터 모형

개량된 미사일을 장착할 무인기 개발은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당시 HA-10이라는 제식명이 붙었다. 7~15km 상공을 비행하면서 1톤의 탑재중량을 탑재하고서 24시간 동안 체공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라파엘에서 개발하던 미사일(MOAB: Missile Optimized Anti-Ballistic)은 파이썬 4를 개량한 것으로 추진모터를 추가하여 1.5~2.0 km/s의 속도에 80~100km의 사정거리를 지니도록 설계되었다.

이스라엘의 상승단계 요격용 무인기 HA-10의 내부 구조
이스라엘의 상승단계 요격용 무인기 HA-10의 내부 구조
이스라엘의 상승단계 요격용 무인기 HA-10의 풍동실험용 모형

미국 또한 이스라엘과 유사한 개념의 체계를 개발했었다. 미사일방어국(MDA)의 전신인 탄도탄방어기구(BMDO: Ballistic Missile Defense Organization)는 1990년대 초부터 상승단계 요격을 위한 무인기 및 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 무인기 개발 사업에는 ‘전구작전용 즉응기체 개발 사업(RAPTOR: Responsive Aircraft Program for Theater Operations)’이란 이름이 붙었다. 탄도탄을 요격할 초음속 미사일에는 탈론(Talon)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랩터’ 사업의 첫 시범 기체인 D-1은 1993년 완성되었는데 당시 사업의 목표는 65,000피트(약 20km) 상공을 48시간 동안 체공할 수 있는 기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랩터는 두 발의 탈론 미사일을 장착할 계획이었는데 이 탈론 미사일은 145~200km의 사정거리에 마하 9의 속도를 내도록 계획되었다. 또한 450km/s의 속도로 65,000피트 상공에서 50시간 순항이 가능해야 했으며 이 모든 성능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의 중량은 18kg을 넘어서는 안 되었다. 랩터 사업은 1995년경(추정) 종료되어 미 항공우주국(NASA)로 이관되었고, 이때까지 탈론 미사일은 시제품조차도 개발되지 못했다.

미국의 상승단계 요격용 무인기 랩터의 시제품 D-1

미국이 랩터 사업을 진행 중이던 1994년, 미국 국방연구원(IDA)에서는 광학장비로 구름의 방해를 받지 않고 발사되는 로켓을 관측 가능한 정도를 규정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에는 18km 상공에서 20~100km 범위 내의 2km 상공의 로켓 연기를 감지할 수 있는 정도를 연구했다. 이 수치는 바로 랩터 사업의 제원에 따른 것이었으며, 이를 위해서 전혀 다른 두 나라의 계절에 따른 구름의 양을 측정했다. 흥미롭게도 그 두 나라는 바로 이라크와 한국이었다. 랩터 사업이 목표로 하는 요격 대상 중 하나가 북한의 탄도탄이었음을 시사한다.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이스라엘이 무인기를 사용한 상승단계 요격체계 개발을 미국과 공동으로 수행하기도 했다. 공개되어 있는 예산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96~97년경부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90년대말에 글로벌호크에 미사일을 장착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 탄도탄방어기구(BMDO)가 항공레이저(ABL)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무인기를 탄도탄 방어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흥미를 잃고 사업에 대한 지원을 끊었으며, 미국의 지원 없이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었던 이스라엘은 HA-10 사업을 포기한다.

그 이후로 아직까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무인기를 활용한 상승단계 요격체계의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에서 애로우 3와 다비드 슬링(David’s Sling) 체계와 같은 매우 발달된 방공무기체계가 개발되면서 또다시 무인기를 사용한 요격체계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는 하다.

이스라엘의 애로우 2 시험발사 모습

결론: 한반도 전장 특성에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요격방식

미국에서의 연구와 제안들을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대륙간탄도탄이 주된 위협 가능성이 되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방공포병 전력에게 가장 주된 위협은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스커드 등) 및 장사정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만큼 우리에게는 상승단계 요격체계의 마련이 절실하다. 대륙간탄도탄과는 달리 중간단계를 비롯한 비과 궤적과 비과 시간이 짧아 위협에 대응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패트리어트와 THAAD 체계는 적절한 탄도탄 요격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 여겨지지만, 종말단계 요격방식 자체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요격체계 하나로 방어할 수 있는 지역의 범위가 넓지 않기 때문에 다수의 요격체계를 필요로 하며, 요격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방어지역의 피해(화생방 위협의 경우)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비해서 상승단계 요격이 갖는 장점은 분명하다. 상승단계에서 바로 요격하기 때문에 소수의 요격체계를 가지고도 남한 전지역의 방어가 가능하다. 탄도탄이 아직 추진 상승 중이기 때문에 작은 운동에너지로도 요격이 용이하다.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상승단계 요격에서는 직격(hit-to-kill) 방식이 아닌 재래식 근접신관(proximity fuze) 방식으로도 높은 수준의 요격성공률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요격이 성공하면 화생방 탄두를 탑재한 경우에도 방어지역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미국 국립연구위원회의 보고서는 상승단계 요격의 효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상승단계 요격방식을 높게 평가한 과거의 연구들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북한과 같이 면적이 그리 넓지 않은 경우에는 상승단계 요격이 더욱 용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요격체계의 배치 방식도 다양하다. 지상 배치와 해상 배치는 물론이고, 공중 배치 또한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비록 미국 물리학회의 2004년 연구는 상승단계 요격체계의 공중 배치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나, 이스라엘이 1990년대에 추진했던 HA-10과 같은 프로젝트와 오늘날의 기술발전은 공중 배치도 충분한 효용성을 지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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