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파에게도 ‘민중가요’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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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하나

2017년 3월 10일, 역사적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판결이 내려지던 때에 나는 종로 경운동의 소위 ‘태극기집회’ 현장에 있었다. 탄핵소추 인용으로 대통령이 파면되자 물론 분위기는 흉흉했다. 그런데 그것보다 내게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날 집회에서 들려오던 노래들이었다.

정말 단 한 곡의 예외도 없이 죄다 군가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던 군가도 나와서 그 와중에 그 군가를 따라부르기도 했다. 내가 우파 집회에 가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문득 떠올려보니 정말 우파 집회에서 군가 이외의 노래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장면 둘

2017년 3월 28일.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사실 누가 이겨도 미래는 없는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같은 경선이었지만 나의 귀를 집중시켰던 것은 당시 그 행사에서 나오던 노래였다.

하나는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이었고 다른 하나는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였다.

이쯤 되자 나는 대한민국 우파가 정말 심각한 문화적 빈곤을 겪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태극기집회야 성격상 뭐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름 합리적 우파를 자처하는 바른정당이 당의 최고 행사 중 하나인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택한 노래들이 모두 80년대에 나온 것이다. 이제는 그 시절에 태어나지도 않은 청년들도 투표권을 갖고 있는 시대다.

박근혜가 한국 우파를 박멸하는 큰 과업을 이루었으니 당분간 광야에서 투쟁해야 할 한국 우파도 나름 우파의 윤민석을 발굴하고 계발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참고로 서구라파에서는 70년대 말부터 Rock Against Communism(RAC) 같은 펑크 무브먼트가 나중에는 NSBM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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