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철도에서 생긴 일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타러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계단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계단 끄트머리에 쓰러져 있어 혹시 굴러떨어진 게 아닌가 했다.

신고를 하려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비상전화는 커녕 역무실 전화번호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가끔 다른 역에서 교통카드가 안 먹히거나 하는 경우에 종종 역무실 전화번호를 근처에서 찾아 전화했기 때문에 좀 당황스러웠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던 다른 사람들도 신고를 하려고 멈춰선 거 같은데 신고할 곳을 찾진 못한 듯했다.

공항철도 타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워낙 깊은 곳에 철도가 설치돼 있다 보니 중간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면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역무원이 그 중간에 있을 리도 만무하고…

그간 의식하지 않고 다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그 중간 지대에는 어떠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신고는 비상 개찰구를 통하는 게 빠르다

어디 구조물이나 벽면에 연락처라도 적혀 있지 않을까 돌아다니다가 비상용 개찰구를 봤다. 가끔 화장실을 가야 하는데 개찰구 너머에 있거나 하는 경우에나 썼던 것이었는데 이걸로 연락이 가능하겠다 싶어 버튼을 눌렀다.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각각의 비상 개찰구는 그 위치가 역무실에 다 표시가 돼 있기 때문에 신고를 할 때도 현장의 정확한 위치를 설명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장점이 있었다.

문제의 쓰러진 사람은 그냥 취객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만약에 CPR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거나 하면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할 텐데 다음에는 좀 그렇게 해야겠다.

공항철도 객실에는 선반이 없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공항철도 객실의 앉는 자리 위에는 선반이 없다. 뭐 공항철도 하루 이틀 타는 내가 아니니 나야 뭐 그러려니 하고 살았는데…

신고를 하여 문제를 대강 마무리한 후 보다 가뿐한 기분으로 열차를 탔다. 서울역이 출발역이라 빈 자리가 많아 편히 앉아 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역에서 큰 짐들을 갖고 들어온 한 남자가 으레 거기에 선반이 있겠거니 생각했는지 그 위로 자신의 백팩을 올리려는 것이었다.

앉는 자리를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바로 위를 보면 선반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으므로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람은 출입문 바로 옆에 기대고 있던 사람이라 그걸 잘 볼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내 머리 위로 거대한 백팩이 떨어지려 하고 있었고 깜짝 놀란 나는 몸을 일으켜 그것을 막으려 했다.

슬램덩크

마치 채치수의 덩크슛을 막으려는 강백호의 모습이 연출됐다. (그런 장면이 슬램덩크에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행스럽게도 나의 반응에 놀란 남성은 자신이 착각했음을 금방 깨달았고 덕분에 누구도 다치지 않고 상황은 종료됐다.

그러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성들이 나의 모습을 보고 한참을 웃는 바람에 기분은 조금 별로였다.

공항철도 객실 측면에 선반이 없다는 표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주길 당국에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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