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그레이, 「고양이의 철학」

동물로서의 고양이를 특히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어떠한 상징마냥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고양이’에 대해 가끔, 어디서부터 솟는 것인지 분간이 어려운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많은 경우, 고양이는 ‘인간다움’에 대한 안티테제처럼 제시된다. ‘패배의 시대The Age of Defeat’의 적절한 상징이기도 할 터. 식자가 고양이에 대해 책을 쓰는 일은, 그래서 내겐 내리막의 시작처럼 여겨진다. 한국에서 (갑자기) 고양이에 대해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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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진짜지만 ‘세계의 종말’은 아니다. 게다가 가장 시급한 문제도 아니다.

지난 6월말 출간된 후 아마존 환경 분야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어포칼립스 네버’가 도발적으로 던지는 화두다. 저자 마이클 쉘렌버거는 한국에도 꽤 알려지긴 했지만 매우 단편적으로만 그렇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탈핵 정책을 재고해달라고 공개 서한을 보내고 한국을 방문해서 경주를 탐방하고 친원자력 단체들 행사에 참가한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쉘렌버거는 환경운동을 하다가 관점의 대전환을 겪는데 2007년에 공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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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눈물」과 disgustipated

권정생의 동화 「하느님의 눈물」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이반 카라마조프의 입을 빌려 읊는 「대심문관」에 비견될 만하다. 「대심문관」은 인간의 자유에 대해 본질적이면서도 냉정한 질문(그리고 답)을 던지고 「하느님의 눈물」은 생명이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을 집어삼키는 데 대해 그리 한다. 권정생이 통속적인 비건 감수성을 갖고 썼다면 자신이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풀’을 생각하는 산토끼가 주인공이 되진 않았으리라.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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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py chief who shot the President: two films on the assassination of Park Chung-hee

The assassination of Park Chung-hee is arguably the most spectacular non-event in modern Korean history. Spectacular as the fifth, sixth, seventh, eighth, and ninth President of the Republic of Korea, who has been ruling the country for about two decades, was shot dead by his right-hand man, the head of the notorious intelligence agency whose……

Samsung Rising

삼성과 북한에는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것 외에도 닮은 점이 하나 더 있다. 한국 사회에서 둘이 갖는 무게감이 워낙 크다 보니까 그 안에서는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가 무척 어렵다는 사실이다. 제프리 케인의 <삼성 라이징Samsung Rising>을 읽으면서 문득 한국에서 나온 삼성 관련 책들이 무엇이 있나 궁금해서 찾아봤다. 삼성의 경영법이나 이건희 리더십에 대한 낯간지러운 책 아니면 삼성의 지배구조나 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