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모든 서사는 (동어반복이기는 하지만) 스토리텔링이지만 영화가 그 매체medium로서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것은 그뿐만 아니라 그 배경에 정말로 하나의 세계가 펼쳐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줄 때가 아닐까 싶다. 좋은 스토리텔링은 물론이고 영화를 보면서 정말로 또다른 세계를 카메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영화라는 매체의 극의를 살리는 게 아닐까, 이번에 비행기를 타면서 매드맥스를 두 번을 다시 보면서 느꼈다.
이 영화를 볼 때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캐릭터는 다름 아닌 두프 워리어Doof Warrior였는데 그가 타고 있는 거대한 스피커 트럭과 그 뒤의 타악기 연주자들의 모습은 이 시타델의 클랜에게 놀랄만한 현실성을 부여한다. 현대전에서는 많이들 잊고 있지만 원래 전쟁은 음악이 필수였다. 저기에 왜 연주자가 있는 걸까 생각하게 되면서 그런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고, 그렇게 현실감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배경적 장치를 잘 활용한 또다른 영화는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이었다. 배경으로 끊임없이 통제당하고 있는 이민자들의 모습 등을 보여주면서 영화를 단지 이야기의 시각적 구성일 뿐만 아니라 또다른 세계를 스크린으로 훔쳐보고 있다는 느낌(현실감)을 준다.
좋은 서사만 가지고는 굳이 영화로 만들 이유가 없다. 한 번 읽은 이야기는 굳이 다시 찾아 읽고 싶지 않다.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는 좋은 서사에 더하여 또다른 세계를 훔쳐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영화다. 매드맥스나 칠드런 오브 맨은 내게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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