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런던에 두 달 가량 머무르면서 꽤 많은 곳을 구경하다 보니 평범한 관광지는 질리더군요. 그러다 이곳을 발견하고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빅터 윈드 뮤지엄The Viktor Wynd Museum of Curiosities 입니다.
구글맵 별점 4.4에 빛나는 곳!
혹시 한국에서 과거에 소개된 적이 있는 곳인가 싶어 네이버에 검색을 때려봤는데 전혀 없군요. 이로서 저의 소개가 대한민국 최고공개가 되겠습니다.
이름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듯, 빅터 윈드라는 양반이 만든 박물관입니다. 뉘신지 잘은 모르겠지만 나름 대중문화나 예술 쪽에 조예가 깊으면서 독특한 물건들을 많이 수집한 양반인 듯해요.
어느 정도로 독특하냐면은… (일단 맛뵈기로)
(이것보다 더 미친 소장품들도 있으니 끝까지 읽어보시길 ㅋ)
1층은 바/카페를 겸하고 있고 소장품은 지하에 있습니다. 1층의 곳곳에서 특별전도 하는데 실은 저도 이 특별전을 검색하다가 이런 뮤지엄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런던에 왔으니 오스틴 오스만 스페어Austin Osman Spare의 그림을 하나라도 더 보고 가려고 찾고 있었거든요.
공간의 규모가 그냥 동네 카페 정도 크기에 지나지 않다 보니까 특별전이라고 해봤자 벽 한 켠에 이런 저런 액자들을 걸어놓은 정도입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지하에 있죠.
<나르코스>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소장하고 있던 하마 두개골이란 것도 있습니다.
돈이 너무 많아 별 미친 짓을 다하던 에스코바르는 자기의 은신처를 아예 동물원으로 만들 생각이었는지 기린과 코끼리 같은 동물들을 수입해 들여왔는데 그중에는 하마도 있었다고 해요. 세 마리는 무사히 돌아왔는데 네 번째 하마는 마취 상태에서 죽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에스코바르는 죽은 하마를 기리는 뜻에서 그 하마의 두개골에 24캐럿 금박을 씌워 자신의 사무실에 전시해놨다고 해요. 이 박물관과 잘 어울리게 미쳤달까…
그런데 에스코바르가 당국에 붙잡혀 사망한 이후 하마 세 마리들은 70마리 이상으로 불어났고 그 덕택(?)에 콜롬비아는 아프리카 대륙 외의 지역에서 유일하게 야생 하마들이 서식하는 나라가 됐다고 합니다.
재밌는 얘기도 했으니 다시 미친 전시품으로 돌아가 보죠.
저 문제의 유리병 옆에는 당시 호텔방을 청소했던 청소부가 쓴 ‘이게 진짜임’ 각서가 걸려 있어서 이 전시물의 진품명품 레벨을 상승시키고 있습니다.
빅터 윈드는 곳곳에 훌륭한 팬들도 두고 있나 봅니다. 팬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그에게 보낸 물품 하나도 전시가 돼 있는데 그 전시품의 정체는 바로…
뭐 굳이 진위 여부가 중요하겠습니까. 찍어 먹어볼 것도 아니고…
이 글의 말미에까지 남겨 놓은 최고의 소장품이 아직 남았습니다.
박물관에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대변…도 있었는데 제가 그건 사진을 안 찍은 듯하군요. 뭐 어쨌든 진짜인지 아닌지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입장료가 £8 가량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래도 그만한 값어치는 합니다. 입장료를 내면 안내 책자도 주는데 그 책자의 내용도 꽤 풍성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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