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는 기술철학자인 예프게니 모로조프가 오늘자 파이낸셜 타임즈에 기고한 글은 바로 스노든 폭로 사건에 대한 것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스노든의 폭로 사건은 지금까지도 전문가들과 코멘테이터들 사이에서 여전한 논쟁의 대상이다. 논쟁의 대부분은 국가 안보를 위한 정보 수집행위가 어디까지 정당한가, 그리고 이로 인한 개인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어떠한 법적 구속이 필요한가 등에 할애되고 있는데, 모로조프는 보다 넓은 안목에서 사건을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감시에 대한 논쟁은 미국의 대외 정책의 건전성과 같은 극히 협소하고 기술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디지털 자본주의의 양면적인 미래, 워싱턴과 브뤼셀에서 실리콘 밸리로의 권력의 이동은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 […] 망가진(broken) 것은 NSA만이 아니다. 우리가 오늘날 소통하는 방식(그리고 이를 위해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도 망가졌다. 단지 법적, 기술적인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의 정부들은, 재정과 인프라적 상상력의 빈곤으로 인해, 자신들의 소통망들을 테크 회사들에게 너무 빨리 넘겨줘버렸다.
법적 구속을 강화시킨다든지, 테크 회사들에게 투명성을 요구한다든지 하는 방식은 표면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모로조프는 디지털 세상에서 자본주의가 점차 (돈 대신) 개인정보를 일종의 지불 방식으로 포섭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정보는 이미 자본화가 가능한 하나의 자산이 되었는데, 제아무리 법을 개선하고 감시를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자본화하려는 시민을 보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인정보의 자본화로 인한] 소비자들의 편익은 이미 분명하다. 그러나 잠재적인 비용은 아직 분명치 않다. 개인정보의 시장이 융성할수록 그 외부효과(비용)도 커진다. 그 주된 희생양은 민주주의이다.
단지 법과 (프라이버시를 위한) 도구, 그리고 투명성만을 강화하는 것으로는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지 못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환상만 주면서 되려 문제의 근원에 다가가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스노든 폭로로 인해 촉발된 감시에 대한 논쟁은 자본주의 자체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모로조프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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