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에서 대학로 방향으로 걷다 보면 창경궁 옆의 율곡로를 지나게 된다. 높은 돌담과 가로수가 꽤 운치를 더하는 곳이다.
몇 달 전부터 공사 안내가 걸리고 가림막이 세워지는 등 뭔가 큰 공사가 시작될 조짐을 보였다. 도로를 터널로 만들고 지상은 녹지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종종 지나다니는 길이라 그 취지가 궁금했다.
조선 초에는 창덕궁과 창경궁, 그리고 종묘가 한 울타리 안에서 문을 통하여 드나들 수 있었습니다만 일제강점기 때 궁궐을 훼손하기 위해 종묘와 동궐(창덕궁, 창경궁) 사이에 신작로를 내며 단절시키고 도로 위로 일본식 구름다리를 놓고 그곳으로 통행하게 하였습니다.다행히도 차가 다니는 도로를 터널로 덮고 그 위로 나무를 심어 동궐과 종묘를 잇는 복원사업이 현재 한창 진행 중입니다.
—프레시안, ‘동궐(東闕)과 종묘(宗廟)의 세계‘
서울시 홈페이지의 정보소통광장에서 율곡로 도로구조개선 사업에 대한 실제 행정서류들을 읽어볼 수 있다. 이를 공개한 것은 정말로 칭찬할 만한 일이다.
취지도 좋고 공사도 바람직하게 진행될 것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율곡로를 종종 걷던 사람으로서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
아마도 저 잘려나간 다리는 위의 인용문에서 언급한 ‘일본식 구름다리’일 것이다. 공사가 진행되면 이제 이 다리는 철거될 것이다. 볼 때마다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다리였는데 그것이 못내 아쉽다. 과거를 되살리기 위해 또다른 과거를 지운다. 우리는 이미 우리가 찾으려는 과거로부터 너무 멀리 가버렸다. 그래서 이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를 되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