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이츠의 고환 (제목 한번 끝내준다 ㅋ)

호르몬의 작용이 사람의 심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랑 또한 호르몬의 작용에 불과하다’는 류의 극히 환원주의적인 주장도 있다. 충분히 듣고 고민해볼 만한 의견이기는 한데 대부분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어조에는 자신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신화를 부수는 데 성공했다’는 무척 자의적인 평가에서 나오는 듯한 광적인 환호가 담겨있어서 듣기에 거북하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내 기억이 맞다면 콜린 윌슨이 쓴 책이었는데) 예이츠가 노년에 원숭이의 고환을 이식하여 다시 시작(詩作)에서도 활력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를 읽은 바 있다. 나는 종종 호르몬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면 꼭 이 예이츠의 사례를 언급하곤 한다. 정말 고환 이식 호르몬으로 창작력까지 다시 회복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팩트 체크를 위해 구글에게 문의를 해보았다.

검색어: yeats, testicle

생각보다 검색 결과가 풍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같은 기억을 가진 한 블로거의 글을 찾을 수 있었다. 예이츠가 발기부전을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의 음낭에 원숭이의 고환을 이식하여 자신의 정력을 더 강하게 하려고 했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실 내가 읽었던 콜린 윌슨의 책에서는 예이츠가 자신의 팔에 원숭이의 고환을 이식했었다고 했다.

혹시나 싶어 한국어 웹을 검색해 보았지만 비뇨기과 홈페이지에서 프로이트와 예이츠가 정관수술을 했다는 이야기 외에는 별다른 건덕지가 없었다.

웹을 한참 검색하다가 Straight Dope라는 재미있는 사이트의 메시지 보드에서 결정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1920년대에는 고환 이식이 꽤나 유행(?)이었나 보다. 그 중에서도 존 브링클리(John R. Brinkley라는 사람이 유명했다. 그는 남성에게 염소의 고환을 이식하는 수술을 16,000회 이상 실시했다고 한다. 염소의 고환이 남자를 회춘시켜준다는 믿음이 있었던 듯싶다.

수술은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당시 $750 정도 했다고 하는데 현재의 물가로 치면 $9,000 그러니까 우리돈으로는 한 천만 원 정도 했다. (심지어 사형수의 고환을 이식시켜주기도 했는데 이 수술은 $5,000 현재 물가로는 $61,000/KRW 6,800만원…)

그런데 이 수술이라는 것도 전혀 정교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염소 고환을 음낭에 밀어넣고 봉합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예이츠는 이런 식의 수술을 받은 적이 없다. 다만 정액의 사출을 막아 활력(단순히 성에만 관련된 것은 아니고 자신의 창작력과도 관련이 깊었다)을 되찾기 위해 일종의 정관수술과 같았던 슈타이나흐 수술을 받았을 뿐이다. 예이츠가 수술을 받은 시기는 1934년으로 돌팔이 브링클리는 이미 업계를 떠난 후였다. (그런데 존 브링클리는 단순히 돈만 많이 번 것이 아니었다. 라디오 방송국도 몇 개 소유하고 자신의 라디오 쇼를 하기도 했고 캔자스 주의 주지사에 출마해서 거의 될 뻔했다고 한다)

그가 워낙 유명한 돌팔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정력 감퇴를 막기 위한 수술은 모두 브링클리와 연관된 조크로 이어지곤 했고 때문에 예이츠의 고환에 대한 풍설이 돌기 시작한 것이라 한다.

…이로써 예이츠의 고환에 대한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사건을 종료합니다ㅋ

그래도 뭔가 슬퍼보인다
(…그래도 뭔가 슬퍼보인다)

 

[note note_color=”#f3f3ef”]2011년 8월 이글루스 블로그에 썼던 글을 다듬고 보강한 것입니다.[/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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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올라올지는 몰라도 그럭저럭 읽을 만합니다.


Comments

One response to “예이츠의 고환 (제목 한번 끝내준다 ㅋ)”

  1. […] 다른 건 다 건너뛰고 死因만 보았다. 사실 조금 걱정이 되었다. 예이츠가 원숭이 고환을 이식했었다는 이야기처럼 사실무근인 것일까봐… (튀코 형, 미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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