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한 미국인의 초청(?)을 받아 논제에 대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이전에도 두어 번 이런 경험이 있기는 했는데 이전에는 다 이메일을 통한 인터뷰였고 이번은 직접 만나서 하는 것이라 또 나름 재미가 있었다.
처음에 만나서 가볍게 서로의 군 경험 따위를 이야기하다가 문득 내 신혼여행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 런던 갔다가 파리 갔다가 한 이야기를 했더니 파리에 대한 인상을 묻더라. 원래 한국 사람들한테 파리에 대한 환상이 많기는 한데 가보니까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띤 것은 거리에 즐비한 개똥들이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파리 증후군(Paris syndrome)’이라는 게 있다고 말했다. 경제가 부흥한 70년대에 일본인들이 파리로 여행을 많이 갔는데 가지고 있던 환상에 비해 사람들도 너무 불친절하고 지저분하고 그러니까 큰 충격을 받고 호텔방에 돌아가서는 신경쇠약을 겪었다는 게다. 하도 이런 경우가 많다 보니 의사들이 ‘파리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다.
경제가 부흥하면서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해본 사람들, 그리고 해외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너무 크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종종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보니 옛날에는 일본인들이, 그리고 지금은 중국인들이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고.
인터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반신반의하며 파리 증후군에 대해 찾아봤는데 왠걸, 정말로 실존하는 증후군이었다. 위키피디아에 어엿한 한 항목으로 올라가 있고, 최근에 블룸버그에서 중국인들이 겪는 파리 증후군에 대해 보도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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