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영화: 나의 독재자, 레드 카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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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나의 독재자>와 <레드 카펫>을 보았다.

1. <나의 독재자>

최근에 이 영화에 관련된 원고를 쓰기도 했기 때문에 영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정작 나에게 이 원고를 청탁한 친구는 영화에 대해 좀 유보적이길래 바로 극장으로 출동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가 너무도 빨리 간판이 내려가는 걸 보았고, 결국 IPTV에 풀린 버전과 조우해야 했다.

큰 틀에서, 민족의 아픔이 한 부자의 아픔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커다란 딱지와 함께이기는 하지만) 아무는 과정은 감상하기에 좋았다. 이 서사를 돕는 보조장치(집 팔기 위한 인감도장, 리어왕 연극)가 너무 성가시게 느껴지기는 했다. 장치를 줄이고 보다 큰 줄기에 집중했다면 훨씬 강렬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막판에 박해일 우는 모습엔 나도 심쿵.

2. <레드 카펫>

내 고등학교 친구는 시나리오 작가다. 그는 올해초였던가 어떤 영화의 트리트먼트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해당 영화의 감독으로 예비되어 있던 이가 어느날 도저히 못하겠다며 도망갔다고 한다. 올 한해, 친구에게는 액운이 가득했다.

<레드 카펫>은 바로 그 도망갔던 감독의 입봉작이다. 시사가 끝나고 친구는 우리에게 대박, 못해도 중박은 날 것 같다고 했다. 포스터와 시놉시스만 볼 땐 뭔가 <아티스트 봉만대>가 해먹고 남은 찌개 냄비 다시 뒤적이는 거 같았는데 그가 그렇게 말하니 한번 보기는 해야겠다 싶었다.

확실히 괜찮게 나온 영화였다. 중간 중간 유머도 잘 버무려져 있고, 각각의 캐릭터들도 생동감이 있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보니 후반으로 가면서 너무 소망 만족을 위한 꿈(wish fulfillment dream)처럼 흘러가는 약간의 자의식 과잉이 아쉬웠다.

 

그래도 둘 다 상당히 좋은 영화였는데 크게 흥행하지 못한 거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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