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단에서 개고생을 한 헌병 특기 중위들은 포대 헌병반장으로 와서 남은 군 생활을 자체 직보 기간으로 삼고는 했다. 인기 상임위에서 활약하다 지친 중진 의원들이 국방위로 와서 쉬어가듯, 헌병 특기에게 포대는 쉼터와 같았다.
군견도 비슷했다. 비행단에서 활약하다 이제는 너무 나이가 들어 군견으로서 쓸모가 크게 줄어든 군견들이 포대로 왔다. 투실투실한 셰퍼드들은 우리 안에서도 별로 활력이 없어 보였다. 헌병 애들이 매일 데리고 순찰을 다니지만 순찰이라기 보단 산책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법했다.
하루는 내가 부대를 지나는데 군견 한 마리를 인솔하고 있던 헌병 애 하나가 쥐고 있던 목줄을 놓쳐버렸다. 군견은 이때다 싶어 뛰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허둥지둥대는 헌병 순찰조를 뒤로 하고 달려가는 견공. 저물어가는 犬生의 저녁에, 이 견공은 마침내 자유를 획득하는가.
그런데 그 군견이 열심히 뛰어 들어간 곳은 자신이 항상 갇혀 있던, 그 안에서 참 초라해 보였던 그 우리였다. 뒤쫓아 오던 순찰조 애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멀리서 그걸 목격했던 나는 참 그럴싸한 은유거리를 찾았다고 흡족해하여, 지금까지도 이 이야기를 기억하고 이렇게 끄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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