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두기의 역설

어릴적에 친구들이랑 오목이나 장기를 두다 보면(바둑은 내겐 너무 고차원의 스포츠였다) 옆에서 훈수를 둘 때 더 좋은 수를 낸다는 걸 종종 느끼곤 했다.

훈수를 둘 때라면 알파고와 대국 중인 이세돌에게도 좋은 팁을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이게 일상에서도 그런 것 같다.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을 옆에서는 쉽게 포착을 할 수 있기도 하다.

머리가 여럿 모이면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는 건 당연하지만 재미있는 건 다른 사람이 하는 일에서는 쉽게 눈치챌 수 있던 것을 정작 자신의 일에서는 못 알아채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거다.

[quote cite=”마태복음 7장 3절”]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quote]

물론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다. 매몰비용을 추후 판단에는 고려하지 않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도 실제에서는 말 뿐인 소리인 게, 어떤 투자비용이 정말 ‘매몰’된 것인지를 알기란 그 순간에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어떠한 중요한 순간에는 현재에 매몰된 스스로로부터 몇발짝 떨어져서 자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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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올라올지는 몰라도 그럭저럭 읽을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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