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북한을 ‘조선’이라 부를 때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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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 통역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통역하면서 “조선”이란 단어를 쓴 것은 생경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통역관 이연향 씨가 남녘 출신이라 남녘 억양으로 통역을 하면서 이북에서 주로 쓰는 “조선”이란 표현을 쓰니 생경했고, 그 순간 이제 우리에게도 북한을 ‘조선’이라고 불러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무어라 부르는지는 첨예한 사안이다. 남북이 모두 자신만의 정통성을 주장하면서 상대의 정통성을 부정한다.

그래서 ‘한국’은 상대를 ‘북한’이라고 부르고 ‘조선’은 상대를 ‘남조선’이라 이른다.

사실 영어로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이든 조선이든 모두 코리아Korea니까 South Korea나 North Korea나 명칭 자체가 한쪽 편만을 든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아직은 요원한 일이지만 북한과 미국의 수교가 이뤄지게 되면 미국은 응당 ‘조선’이란 표현을 쓰게 될 것이다.

언론의 경우에는 어떨까? 한국 언론은 현재로서는 한국-북한을 써야 하겠지만 나중에 남북이 서로 대표부 정도를 두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게 될 것이다. 그때쯤에는 정부 차원에서도 호칭의 문제를 고민하게 될 테니까.

나는 BBC에게는 고민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공정성과 균형을 중시하는 BBC의 가치관에서 볼 때 가장 적절한 호칭은 ‘한국’과 ‘조선’이 될 것이다. 다른 명칭은 결국 일방에게는 편부당할 수 있다.

오히려 BBC의 한국어 서비스 개시에 극렬 반발했던 북한 당국을 진정시키고 관계를 맺는 데에 (조선 유교 문화의 특성이라 할 만한) ‘호칭 정리’는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런던의 북한 대사관에 약칭 등의 사용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갖고 있는지 묻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좋을 것이다.

당연히 처음부터 살갑진 않으리라. 하지만 내가 만나본, 북한과 사업이나 교류를 해본 이들은 모두 꾸준히 두드리다 보면 결국 문을 열더라고 말한다.

한국어 서비스 런칭 준비 단계부터 내가 해왔던 이야기인데 내부적으로는 별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하여 여기에라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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