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안 지 좀 되신 분들은 제가 단골로 다니는 바버샵에 대해서도 아실 겁니다. 지금 찾아보니 처음 찾아갔던 것이 벌써 2년반이나 되었네요. 다녀오고 나서 블로그에 썼던 글이 여기저기서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재작년이었나 작년이었나, 하루는 예약을 하고 바버샵을 갔더니 먼저 와 있던 커플이 저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것입니다. 나중에 원장님께 듣고 보니 제 블로그 글을 보고 오셨던 거라고…
드나든 지 2년이 더 됐으니 원장님은 물론이고 같이 일하는 분들과도 오가며 이야기를 종종 나누곤 합니다. 예약을 위해 전화를 할 때 목소리만 듣고도 바로 알아주는 분들이 있으면 괜히 기분이 으쓱하잖아요.
워낙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기능장 클라쓰가 되어도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나 봅니다. 한번은 네이버에서 검색 순위에서 밀려나니까 포털용 홍보대행사의 영업 콜드콜에 덜컥 계약을 하기도 하셨는데 너무 해주는 게 시원찮아서 고민을 말씀하신 적도 있습니다.
제 스스로가 큰 감흥을 받아서 블로그에 원장님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거니와, 워낙 그 스토리가 매혹적이기 때문에 저는 그런 이야기만 잘 담아서 종종 웹이나 소셜미디어에 뿌리기만 해도 손님들 끌어 모으기에는 어려움이 전혀 없겠다 생각했거든요, 저는.
하지만 분명 그걸 누가 캐치하고 잘 정리해서 어떠한 방식으로 살포를 할 것이냐는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저야 글쓰는 짓거리로 밥 빌어먹고 사니 다들 이 정도는 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또 막상 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도 하지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더 도와드리고 싶다 생각하기도 했고요. 아, 그런데 제가 2년반이나 지나서야 정말로 그렇게 해볼 엄두를 내게 됐습니다.
요새 원장님께서는 방문할 때마다 위워크WeWork 이야기를 많이 하십니다. 계기는 알 수 없는데 위워크 쪽에서 자기네들 입주 인원들 대상으로 이발 행사를 제안을 했고 그에 응해 여러 차례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반응도 상당히 좋았고요. 아예 바버샵을 자기네들 건물로 옮기는 게 어떠냐는 제안도 한다 합디다.
위워크에서 홍보를 좀 잘 해주느냐고 여쭈어 보니 이런 저런 사진을 많이 찍어준다고 하신다. 확실히 위워크가 애들만 데리고 일을 하다 보니 이런 데서 역량의 한계를 보인단 생각을 했다.
50년 가까이 한길을 판 장인을 두고 사진만 찍어서 무에 써먹겠나. 잠깐 대화를 시도해봐도 살아있는 역사를, 괭이질 한 번 호미질 한 번에 멀리 흩어져버린 줄 알았던 금조각이 으레 섞여 나온다는 것을, 정말로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것이 그런 잊혀진 시간의 편린들이라는 걸 왜 모를까.
그래서 중요한 것은 사진 따위가 아니다.
대충 그런 취지의 소리를 이발이 끝난 뒤 두피 마사지를 받으며 주워 섬기고 있었더니 마사지를 해주던 젊은 분께서 대뜸 이런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이발을 배우겠다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내 블로그 글을 보고 원장님을 찾아 그 밑에서 배우게 됐었다는 것.
이미 꽤 오랜 시간 동안 바버샵에서 그분을 뵀는데 이제서야 그런 얘기를 듣게 되다니 무척 놀라운 일이었다. 이제는 그분도 샵에서 직접 손님을 받아 시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나누고 나서 낯모르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응원도 많이 받았다 한다.
내가 쓴 글이 하나의 계기가 됐다는 것만한 보람이 어딨을까. 그래서 나는 아예 이참에 원장님의 구술사를 한번 정리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기자로서 한 사람을 좀 길게 인터뷰해서 이야기를 정리하는 거야 늘상 하던 일이지만 한 사람을 여러 차례 인터뷰하여 하나의 ‘구술사’를 만드는 것은 처음 해보는 일이 된다. 뭐 큰 차이가 있겠느냐 싶기도 하지만 막상 해보면 또 색다른 점들이 튀어나올 것이다.
내가 중도에 발 빼는 일이 없도록, 내가 수비드로 무척 잘 구운 스테이크에 훌륭한 내추럴 와인을 마신 김에 이렇게 적어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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