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itle=”업데이트” box_color=”#777777″] 이 글이 구설수에 오르자 문제가 되고 있던 미지급 임금 문제는 금방 해결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이승환씨가 정신을 차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box]
저는 지난 4월 17일부로 ㅍㅍㅅㅅ에서의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ㅍㅍㅅㅅ의 소유주인 이승환씨와의 인연도 끊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허핑턴포스트를 떠나 나름 의욕적으로 합류한 곳에서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그만두었다는 사실은 제 스스로에게도 무척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제 블로그에는 ㅍㅍㅅㅅ 시절에 이승환씨와 같이 했던 인터뷰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매우 불쾌한 경험을 하고 그만두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굳이 떠들썩하게 알리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승환씨가 마지막 약속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약속은 지금까지 한 푼도 주지 않았던 임금을 5월 11일까지 일부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ㅍㅍㅅㅅ를 떠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
저는 2월 27일에 허핑턴포스트 런칭 준비팀을 떠나 ㅍㅍㅅㅅ에 합류했습니다. 3월 동안 이런저런 준비들을 같이 하였습니다. 지분을 공유하는 방식이 아닌, 전형적인 사용자-노동자 관계로 시작하였기 때문에 저에게는 고용계약서 작성이 급선무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법인 설립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용계약서 작성은 차일피일 미루어졌고 그렇게 4월 16일이 되었습니다.
이미 3월 한 달 동안 아무런 삯을 받지 못하고 있었고, 아무런 계약도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던 저는, 이번 달 중에는 필히 계약을 체결하고 급여를 받기를 희망한다고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여기에 대한 이승환씨의 응답은 저에게는 무척 당혹스러운 것이었습니다:
- 4월 중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25일에 급여를 지급한다.
- 다만, 급여는 오늘(16일)부터 25일까지의 기간을 일할 계산하여 지급한다.
다시 말해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 어치의 삯만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되묻자, 본인도 자신의 말이 심했다고 생각했는지 4월 1일부터 일할 계산을 하여 주겠다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3월 동안 일한 것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저는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이승환씨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동안 한 일이 없지 않느냐.”
결심
제가 몇몇 인터뷰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제가 광화문의 허핑턴포스트 사무실에 있을 때 이승환씨는 광화문에 세 번을 찾아와서 제게 허핑턴포스트를 떠나 ㅍㅍㅅㅅ를 같이 할 것을 부탁했습니다.
처음 광화문에서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하면 적당히 거절을 해서 돌려보낼까만 생각했습니다만 두 번째, 세 번째 찾아오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허핑턴포스트는 제가 아니더라도 훌륭한 인력들이 여럿 일을 하고 있지만, ㅍㅍㅅㅅ는 풀타임으로 일할 사람이 이승환씨를 제외하면 저밖에 없었습니다.
틀림없이 미친 짓이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젊을 때에 이런 모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허핑턴포스트를 떠나고 ㅍㅍㅅㅅ에 합류하기로 결심했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반 정도가 되어 제가 들은 말은 “그동안 한 일이 없지 않느냐”였습니다. 그것도 세 번을 찾아와 제게 함께 할 것을 요청했던 바로 그 사람으로부터 말입니다. 제가 느꼈던 배신감을 이해하실 줄로 믿습니다.
저는 그 순간, 더 이상 같이 일을 했다가는 내가 더 큰 배신을 당할 일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4월 16일, 저는 이승환씨에게 ‘거취 문제를 고민하고 내일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으며, 이튿날인 4월 17일에 일을 그만두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이승환씨는 “당장 다른 할 일도 없을 텐데, 다른 일이 생길 때까지는 남는 게 어떠냐”고 말했으나, 이미 마음이 떠난 곳에서 더 일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약속, 그조차도 지키지 않다
‘아직까지 고용계약조차 체결하지 않았으니 임금을 전혀 주지 않겠다고 하면 나로서도 별다른 도리가 없는 것을 안다. 다만 도의를 갖고 있다면 허핑턴포스트를 떠나 3월 한 달 동안 일한 것에 대한 보상만큼은 주었으면 한다.’
4월 17일에 일을 그만두겠다고 통보하면서 제가 이승환씨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한 것입니다. 이승환씨는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약조를 하였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를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메일로 확인을 받아두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허핑턴포스트를 떠나 ㅍㅍㅅㅅ에 합류했던 것은 참으로 큰 실수였습니다. 제가 이승환씨에 대해 헛된 신뢰를 가졌던 것은 저의 불찰이었습니다. 너무나 속상한 일이지만, 결국 저의 선택이었으니만큼 그 결과는 제가 그대로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승환씨의 모습에 저는 더욱 쓴맛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약조한 5월 11일까지 기다렸습니다. 심지어 5월 8일에는 (항상 그랬듯이) 이승환씨가 잊어버렸을까 싶어 굳이 하고 싶지 않았던 전화까지 하여 해당 약조를 상기시켰습니다.
하지만 5월 11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도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런 해명이나 변명도 없습니다.
이승환씨에게 고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간만에 ㅍㅍㅅㅅ를 들어가 보니 제일 위에 이런 제목의 글이 있더군요: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꼭 알아야 할 기본 자세’. 읽어보니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특히 말과 약속은 생명과도 같습니다. 나중에 이거 한번 같이 해보자라고 말하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언제 한번 보자고 하고 그냥 날려버리는 말도 많습니다. 이런 언행이 늘면 늘수록 그 사람의 말은 가벼워지고 사람들이 굳이 귀담아듣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꼭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고 한번 뱉은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마음을 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제가 느끼고 있을 기분을 굳이 필설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이승환씨에게 고합니다. 제발 마지막 약속만큼은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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