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인상적인 글귀들을 접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려 ‘내가 요새 이런 거 좀 읽는다’며 허세 겸 공유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공유’하기엔 좋을지 몰라도 나중에 활용하기에는 그다지 적합치 못하다. 페이스북은 검색 기능을 포기한 것 같고, 트위터의 검색은 오래된 것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나중에 글을 쓸 때 인용을 해야겠다거나 추후에 참조할 필요가 있겠다 싶은 것들은 검색하기 쉽게 따로 모아둘 필요가 있다.
디지털화된 정보의 보관 및 정리는 어렵지 않다. 에버노트를 비롯한 수많은 도구들이 있다. 이 모든 것이 다 거추장스럽다면 우리들의 영원한 친구 이메일을 사용할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책이란, 바로 종이책이다. 노트를 펴고 인상적인 구절을 직접 필사하는 것은 여전히 추천할 만한 방법이긴 하다. 몸으로 직접 옮겨쓰는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그 글귀를 마음에 되새길 수 있다. (바슐라르를 필사하며 읽었다던 어떤 분의 일화가 문득 떠오른다)
그러나 우리는 바쁜 현대인. 언제나 손에 닿는 곳에 필기도구와 노트가 있어주지는 않는다. 지하철 안에서, 또는 안철수가 즐겨 독서하는 곳이라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과연 그렇게 필기를 할 수 있을까? 정보 습득의 속도는 급격히 빨라진 데 반해, 습득한 정보를 보관하고 정리하는 방법은 그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쉽게 습득한 정보는 또 쉽게 흘러나가 잊혀질 수도 있다. 또다시 니콜라스 카의 일갈이 귀에 들리는 듯 하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논의는 일단 여기서는 차치하기로 하자.)
캠스캐너와 에버노트로 종이책 스크랩도 순식간에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결론부터 간략하게 밝히자면, ① 스마트폰의 캠스캐너 앱을 사용하여 스캔 후 PDF로 저장하고, ② 에버노트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그 이유와 세부적인 팁들은 이제부터 차차 설명할 것이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이 상당한 수준이라 굳이 커다란 스캐너에 의존하지 않아도 충분한 화질로 저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냥 카메라 기능으로 사진을 찍어 저장하는 것에는 몇 가지 불편이 있다. 스캔한 후에 생성되는 JPG 파일들은 책 한 권 당 묶음으로 저장할 수도 없고, 조명 등에 따라 밝기 등의 편차가 심하여 읽는 데에 불편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캠스캐너(CamScanner: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앱스토어)가 필요하다. 앱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은 다른 블로그를 참조할 것. 여기서는 가장 신속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화질을 얻는 사용법만 소개할 것이다.
1. 스캔은 어떻게 하나? 어디서든 재빠르게 스캔하는 캠스캐너 사용법
캠스캐너를 사용하면서 가장 성가신 점은 책을 손에 든 채로 스캔을 시도할 경우 손떨림 등으로 인해 흐리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를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플래쉬를 쓰는 것. 플래쉬를 쓰면 노출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우리의 수전증이 미치는 영향이 차단된다. (물론 몹시 떠는 분들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플래쉬를 쓰면 또다른 문제점이 생긴다:
그러나 이 문제도 쉽게 교정이 가능하다. 캠스캐너는 기본적으로 자동보정 기능을 지원한다. 단순 미화, 심한 미화, 절약 모드, 그레이 모드가 있는데 여기서 절약모드(economy mode)를 쓰면 사진의 초점부와 주변부의 심한 밝기 차이도 거의 균일하게 보정시켜버린다. 무슨 화보를 스캔하려는 게 아니면 절약모드를 사용하는 것이 보정에 소요되는 시간도 줄어들고 좋다.
배경이 좀 깔끔하지 못하게 나오지만, 다음의 경우를 비교해 보면 다른 보정 모드보다 절약모드가 더 낫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참고: 스캔할 경우에는 나중에 책을 직접 찾아볼 때를 대비하여 반드시 페이지 번호도 같이 스캔하는 것이 좋다)
2. 보관 및 검색은 어떻게 하나? 에버노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자
나의 경우, 과거에는 Google Docs(지금은 Google Drive이다)를 사용하여 보관했다. 하지만 지금은 에버노트를 사용한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스캔한 파일의 문자도 문자인식(OCR)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캔한 파일에 대해서도 문자열(text) 검색이 가능하다. 게다가 한글을 지원한다. 내가 알기로 현존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중 한글 인식을 상당한 수준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에버노트 밖에 없다.
과거에 Google Docs를 쓰던 시절에는 그냥 내가 읽었던 책 제목으로만 검색을 하여(그게 파일 제목이니까) 읽어볼 수만 있었다. ‘내가 지금껏 스캔해둔 페이지들 중에 스크리아빈의 이름이 언급되는 페이지가 얼마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도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에버노트는 JPG나 PDF 파일을 그대로 올려두어도 거기에서 문자인식을 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궁금증도 쉽게 해소할 수 있다. 사진 내 문자인식의 사례는 이 블로그를 참조.
그런데 PDF로 한글로 된 페이지를 모아둔 경우에는 에버노트 검색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 원인은 분명히 모르겠지만 검색된 항목에 노란 하이라이트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 사진(JPG)의 경우에는 잘 되는데 PDF에서만 안 된다.
그렇긴 하더라도, 과거에는 기대하지 못했던 한글 OCR 및 검색 기능이 상당히 충실히 구현되어 있다는 점은 여전히 에버노트에 고마울 따름이다. 이로써 스크랩(정확히는 스캔이 되겠지만)한 책들의 내용을 훨씬 간편하게 검색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에버노트의 무료 버전도 이 OCR 기능을 제공하지만 프리미엄 버전을 쓸 때보다 OCR 처리 속도가 더 느리다고 한다. OCR 처리를 할 때 프리미엄 사용자의 것을 우선 처리한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