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아방가르드/언더그라운드 음악지 The Wire의 이번 호에서 무척 재미있는 음반 소개를 읽었습니다. 일본의 초기 노이즈 음악의 거물 중 하나인 非常階段(히조카이단)이 BiS란 아이돌 그룹과 BiS階段이란 이름으로 공동작업을 했다는 겁니다:
여기서 非常階段의 왕년의 모습을 다시 보시죠: (충격적인 퍼포먼스가 준비되어 있으니 주의)
https://www.youtube.com/watch?v=SDmwI8GwtEw
사실 히조카이단의 노이즈는 예나 지금이나 퍼포먼스성이 짙어서 별다른 미학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BiS라는 아이돌 그룹이 들어가니 헛웃음이 나오는 재미를 줍니다. BiS 멤버들은 열심히 히조카이단 시절의 퍼포먼스를 열심히 따라합니다 (방뇨…까지 하기에는 아이돌이라는 이름이 짐이 되겠지만요). BiS는 Brand-new idol Society의 약자라고 하는데 아이돌 그룹으로 갖가지 시도를 하더니 드디어 일본이 여기까지 왔구나 싶습니다. 북한이 한반도 위기 게임의 판돈을 올리듯 섹시 판돈만 줄창 올려대던 우리나라 아이돌 음악계가 크레용팝이라는 의외의 경우와 맞닥뜨렸는데 조금만 더 기다리면 우리나라에서도 BiS 같은 아이돌 그룹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설마…)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BiS階段의 위 비디오 클립에서 배경에 깔리는 음악은 戸川純(토가와 준)의 好き好き大好き란 노래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tSySjNZCtk
듣다 보면 Klaus Nomi 생각이 많이 납니다 (특히 분위기의 전환 같은 게 Lightning Strikes를 다시 찾아듣게 만듭니다). 사실 저는 일본 음악을 많이 듣지 않아서 토가와 준이 일본에서 당시 어느 정도의 입지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처음에 이 언니 목소리를 들었던 것은 大友良英(오토모 요시히데)의 New Jazz Ensemble의 앨범에서였어요. 자꾸 갈라지는 위태위태한 보컬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예전에 새벽의 강남대로에서 이 노래를 듣다가 택시를 잡으려고 줄서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왈츠를 추는 모습을 떠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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