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도 자가 출판을 하는, 바야흐로 ‘셀프 퍼블리싱’의 시대

미국 언론의 현재에 대한 뉴욕매거진 기사에서 가장 돋보이는 트렌드는 역시 서브스택. 심지어 티나 브라운도 서브스택에서 뉴스레터를 시작했다는 소식에 업계 엘리트들도 충격을 받았단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소식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의 책을 자가 출판한다는 것. 스위프트 정도 되는 사람이 왜 굳이 기성 출판사/에이전시를 건너뛰려는 걸까? 아마도 과거 자신의 음원 저작권 문제로 레이블과 싸워보면서 업계 에이전시에 대해 신물이 나서가 아닐까 싶다.

유튜브를 보면 한국에서도 이런 추세를 이해하긴 어렵지 않다. 요새 유퀴즈 같은 거 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 심지어 보는 사람들도 유튜브로 보고 있을 거다.

한동안은 소셜미디어가 이런 플랫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도 페이스북에는 세상만사에 자신의 ‘인사이트’를 얹는 현자들로 가득하니까. 뭐 그건 좋은데 ‘따봉’ 외에는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결국 재주는 우리가 넘고 돈은 주커버그가 가져간다. 게다가 요새는 타임라인이 각종 광고에 엉뚱한 게시물로 엉망이다.

서브스택이 갖고 있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은 구독자가 내는 돈 9할을 창작자가 가져가게 보장을 해준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알량한 스폰서십 기회(이것조차도 플랫폼이 제공하는 게 아니다) 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유튜브는 좀 주긴 하는데 대체 내 몫이 얼마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다시 뉴욕매거진 기사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오늘날 신생 매체들은 매스mass미디어를 지향하지 않는다. 그건 광고가 비즈니스 모델이 되던 시절의 이야기고, 차라리 9000명의 충성도 있는 독자를 잡는 게 더 지속가능한 모델이 됐다.

나는 앞으로 매체의 파편화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메가플랫폼의 탈피라는 형태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뉴스레터로 출발한 서브스택은 이제 비디오, 팟캐스트 등으로 창작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유명 유튜버들 중에는 분명 유튜브를 떠나 자신의 몫을 더 온전히 챙기고 싶은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한국 시장에는 이런 수요를 흡수할 공급자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서브스택 초기부터 계정을 만들어서 이런 저런 가능성을 모색해봤는데 결정적으로 유료화에서 막혔다. 서브스택의 구독 결제는 모두 스트라이프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스트라이프는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과거 한국 진출 소문이 있었는데 쏙 들어간 것을 보면 한국의 관치금융에 질색한 것 같다.)

내가 국내 서비스를 잘 살펴보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 창작자가 ‘사업자 등록 > PG 개설 > CMS 내 설치 > 개통!’ 까지를 제대로 지원하는 솔루션을 못 봤다. (포스타입이 뭔가 그나마 비슷하게 하는 거 같아 뵈긴 하는데 그쪽 동네는 워낙 접근하기가…)

테드 조이아 성님 말마따나 이제는 매크로컬처는 저물고 마이크로컬처의 시대가 될 것이고, 한국 시장이 그리 크진 않아도 문화적으로 쌓은 저변이 꽤 되는 만큼 이쪽을 빨리 잡는 기업이 제2의 네이버(네이버는 이제 쇼핑앱이 된 것 같고 카카오는 그냥 뭐 답 안 나오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PG쪽까지 손을 뻗어놓은 토스가 이런 거 해보기에는 최적의 입지에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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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올라올지는 몰라도 그럭저럭 읽을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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