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에 살지만 아라뱃길엔 잘 가지 않는다. 처음엔 신기해서 몇 번 가봤지만 자전거 폭주족들로 이내 불쾌해지곤 해서다. 4대강 사업의 ‘경인운하’가 당초 컨테이너선까지 오가는 걸 목표로 했던 터라 물길이 일직선이고 자전거 도로도 별 생각없이 그대로 (거의) 일직선으로 놓아 벌어진 일이다.
해가 지면 더욱 가관이다. 질주는 해야겠고 어두운 건 싫으니 강한 빛의 라이트를 달아놓는다. 자동차는 헤드라이트가 기본적으로 바닥을 향하고 있지만 자전거족들에겐 맞은편에 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강행 법규도 없다. 하이빔 ‘눈뽕’이 디폴트다. (난 시신보다 눈뽕이 더 두렵다.)
한국처럼 대체로 안전하고 문명화된 것처럼 느껴지는 사회에서 가장 서부개척지에 가까운 곳이 바로 아라뱃길이 아닐까 생각했다. 바라나시의 아쉬람에서 갓 돌아온 히피도 밤에 이곳을 거닐어 보면 텍사스 자경단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자전거를 탄 바바리안들에게 몇 번 소리를 지르다가 이러다 뭔 일 날 거 같아서 아예 아라뱃길에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윤환 계양구청장께서 눈뽕에 대한 나의 불만을 알아채신 걸까. 내가 자전거 눈뽕을 잊을 수 있게끔 더 큰 눈뽕을 하사하시였다:
계양아라온 사업은 운하 북녘(장기동)에서 시작됐다. 여길 10월초쯤엔가 먼저 조성했더라.
각종 루미나리에 장식을 설치했는데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밝기 8정도면 괜찮을 거 같은 곳에 밝기 20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디자인 자체에는 아무런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딱히 실망도 없었다.)
사진을 찍어놓고 언젠가 블로그에 올려야지 하고 있다가 잊어버릴 무렵… 운하 남녘 파트(귤현동) 조성도 끝났다는 걸 차로 지나가다 알게 됐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설치물:
계양아라온의 과도한 빛공해로 자전거 바바리안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내용으로 JTBC가 한 번 더 보도해줬으면 좋겠다. 그동안 나는 아라뱃길 자경단 모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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