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스포티파이와 엠파워

(현재 진행 중인) 네 번째 AI 붐 이전까지만 해도 테크 분야의 성장을 이끈 건 대형 플랫폼들이었다. 페이스북부터 우버,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유튜브, 넷플릭스 등. 본질적으로 새로운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는 건 아니고 그전에는 구현이 불가능했던 (디지털) ‘멍석’을 바닥에 깔아주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성장이 계속되고 있을 때는 계속 새로운 수익원이 발견되니 (그 이면에 그리 은밀하게 숨겨져 있지도 않은) 불평등함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해피하지만 땅따먹기가 다 끝나면 그 다음부터는 불평등함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플랫폼이 자신의 우위를 적극 활용해 실제로 용역을 제공하는 이들을 착취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흔히 제시되는 해법은 입법, 행정을 통한 규제인데 안전 등의 기본권에 관한 범위를 넘어가면 규제로 해결하려는 접근법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 경제의 영역은 정치와 법의 영역과는 다른 원리로 돌아가니까, 경제 논리로 풀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진 상태에서 플랫폼이 순전히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과열하면 아예 업계 자체를 망가뜨릴 위험이 있다. 최근 하퍼스에 실린 스포티파이의 사례가 특히 노골적이다:

스포티파이가 인기 재생목록에 ‘유령 음악가’의 음악을 포함시켜 저작권료를 줄이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음악은 주로 스톡 음악 회사에서 제공되며, 스포티파이의 재생목록에서 유명 음악가의 곡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독립 음악가들은 수익 손실을 겪고 있으며, 스포티파이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2008년 유럽에서 시작하여, 사용자들이 직접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이 주요 기능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재생목록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유령 음악가에 대한 논란은 스포티파이가 음악 산업의 규칙을 새롭게 쓰고 있는 상황에서 나타난 문제입니다.

(Liz Pelly, The Ghosts in the Machine의 내용을 GPT-4o로 요약)

크리에이티브 업계가 번창하려면 아티스트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야 하는데 스포티파이는 자신들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싸구려 음악을 은근슬쩍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에 끼워넣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음악가들이 업계를 떠나고 난 다음에도 스포티파이는 돈을 벌 수 있을까?

‘가짜 음악 금지법’ 보다 좀 더 나은 대안은 더 많은 플랫폼들이 서로 경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플랫폼이 성공해 대형화되면 락인lock-in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작권법, 특허법, 계약법 등에 대한 코리 닥터로우의 제안을 원용해 본다면 의외로 실마리가 잡힐 수도 있다.

최근 흥미롭게 읽은 새로운 플랫폼의 도전 사례가 있다. 워싱턴DC에서 운영 중인 승차 공유앱 엠파워Empower에 대한 NYT 기사다:

  • 엠파워는 기존의 차량 호출 서비스와 달리, 운전자가 회사에 월정액을 내고 직접 요금을 설정하여 수입을 모두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로 인해 승객은 더 저렴한 요금으로, 운전자는 더 높은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엠파워는 DC에서 매주 10만 건의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택시보다 높은 점유율입니다.
    • 엠파워는 우버와 리프트보다 약 20% 저렴한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운전자는 평균적으로 30% 더 많은 수입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하지만 엠파워는 당국에 등록하지 않아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1억 달러(1300억 원)가 넘는 벌금을 부과받았습니다. 또한 시의회 조사와 법무장관의 소송에 직면해 있으며, 법원은 영업 중단 명령을 내렸습니다.
  • 엠파워는 우버가 과거에 사용했던 규제 회피 전략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며, 자체적으로 요금을 설정하고 안전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엠파워는 사업을 계속 확장할 계획이며, 규제 당국과의 법적 싸움을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https://masthead.kr/2024/12/19/🛫🚴💨-뉴욕에서-공항까지-가장-빠른-교통수단/

한국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배짱 영업이라 할 법한데(게다가 기사에서 거론하고 있는 문제점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역동성이 있다는 게 지금까지 미국 경제를 넘사벽으로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리라.

한국에는 이런 역동성이 생겨날 수 있을랑가? 나는 식당을 갈 때마다 절망한다. 최근엔 거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태블릿 주문기 때문이다.

주문·결제에 응대해야 하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유일한 장점이고 그 외에는 모든 것이 (뚜렷하게 돈으로는 환산되기 어려운) 단점이다. 메뉴 사진은 해상도가 떨어져 입맛을 돋우지 못하고 메뉴에 대한 설명이 아예 제공이 안 되는 기기도 많다. 결제까지 처리하는 주문기의 경우 업장과 고객 사이의 자연스러운 피드백 가능성도 차단된다.

이게 꼭 이렇게만 될 일은 아니다. 중국 같은 곳에서는 고객이 자신의 폰을 통해서 메뉴를 보고(적어도 움직이지도 않는 태블릿을 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모바일을 사용한 주문과 결제가 태블릿을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우수한 사용자경험을 제공하는데 왜 아직까지도 카피캣 서비스조차 볼 수 없는 걸까. 분명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겠지만(포스기 업계와 관련 있을 거 같다)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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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올라올지는 몰라도 그럭저럭 읽을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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