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시아: 성억압과 아동학대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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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note_color=”#e8e8e8″]2011년 1월 10일에 썼던 글입니다. (원문: 이글루스 블로그)[/note]

http://www.orgonelab.org/saharasia_kr.pdf

위의 링크는 James DeMeo 박사가 자비로 출간한 <Saharasia: The 4000 BCE Origins of Child Abuse, Sex-repression, Warfare and Social Violence, in the Deserts of the Old World>의 주요 내용을 소논문 형태로 요약한 것을 내가 우리말로 번역한 PDF 문서이다. 오타를 다 수정했다고 생각했는데 올리고 나서도 몇 개가 눈에 띄지만 PDF 파일이라 수정하기도 너무 귀찮고… 원문은 http://www.orgonelab.org/saharasia_en.htm에서 읽을 수 있다.

저서에서 DeMeo는 빌헬름 라이히Wilhelm Reich의 성경제학sex-economy 개념을 지리학과 고고학에 연결시켜 매우 독특한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인간의 본성은 결코 폭력적이지 않으며, 지금 사회에 만연한 성억압sex-repression과 폭력은 인류 역사상 특정 시점 이후에 발생하였다. 말리노프스키Malinowski가 발견한 트로브리앙Trobriand 제도의 원주민 문화는 그러한 성억압과 폭력이 있기 이전의 사회상을 반영한다.
  2. 인류 성억압과 폭력의 기원은, 기원전 4000년경 사하라 사막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규모의 사막화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트라우마이다. 그로 인하여 ‘어머니-아기’, ‘남성-여성’ 사이의 자연스러운 애착 관계가 뒤틀리면서 ‘성억압과 아동학대’로 집약되는 폭력이 등장한다.
  3. 가공할 폭력성으로 무장한 이 ‘새로운 문화’는 그 폭력성으로 기존 문화를 압도하며 인근 지역에 급속히 침투, 이윽고 전세계에 퍼지게 된다.
  4. 체제의 자기복제성 덕택에, 사막화의 극단적 환경과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이 ‘새로운 문화’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오늘날까지 건재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현대 가부장주의(부성주의patrism)이다.

원서는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이지만, 위의 소논문으로도 저자의 주장과 그 논거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원서는 전세계적인 성억압과 아동학대의 다양한 사례와 라이히의 성경제학 이론 소개,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비판 등을 수록하고 있어 심리학, 고고학, 인류학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책이다. 하지만 위의 관점에서 현대 문명을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미국 매파의 입장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어, 페미니즘과 성해방주의 입장에서 이 책에 관심을 기울일 독자들은 다소 아연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여담이지만, 위의 소논문을 번역하면서 원저자인 James DeMeo와 메일을 주고 받는 동안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었다. DeMeo 박사는 자신이라면 당장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며 이슬람주의자인 버락 “후세인” 오바마를 결코 신뢰하지 말 것을 내게 당부했었다.

어쨌든 <사하라시아>는 라이히가 그저 감정적 역병emotional plague 정도로만 묘사하는 데에 그쳤던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각도(정신분석학, 지리학, 고고학, 인류학)에서 깊게 파헤친, 매우 의미있는 시도이다. 또한 이 분석틀은 현대 사회에 대한 진단에도 유용하다. 미국에서는 거의 금기와 다름없는 라이히의 악명(?) 때문에 학계에서는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이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번역을 하였다.

SaharasiaM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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