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괴물,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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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note_color=”#ebebeb”]이 글은 철학자 강신주의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괴물, 냉장고‘에 대한 오마쥬입니다.[/note]
[방송인 ((현재 특별한 직업 없이 방송 출연으로 연명하고 있기 때문)) 김수빈의 비상경보기]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괴물, 이불

오줌싸개

똘똘이는 지금도 가끔 악몽을 꾼다. 머리에 쓰고 있는 키 때문에 시야는 가려져 있고, 똘똘이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그를 비웃는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속에서 같은 반 급우인 돌쇠를 발견했을 때의 굴욕감과 부끄러움을 똘똘이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제는 잊혀진 전통이지만 불과 삼십 년 전만 하더라도 잠자리에서 오줌을 싸면 이렇게 머리에 키를 씌우고 동네를 돌면서 소금을 얻으러 다녀야 했다.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된 똘똘이이지만 가끔씩 자다가 아연하여 깰 때가 있다. 화장실에 가 오줌을 누는 꿈을 꾸는 것이다. 보통 이런 꿈은 정말로 오줌이 마려운 경우에 많이 꾼다. 꿈 속에서 오줌을 누면서도 뭔가 찜찜하다. 눈을 떠보면 나는, 아니 똘똘이는 침대 위에 있다. 깜짝 놀라 아랫도리를 더듬어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꿈 속에서는 오줌을 누더라도 몸은 그 유혹에 쉽게 굴하지 않은 것이다.

똘똘이는 일어나 정말로 오줌을 누러 화장실에 가면서 무척 신기해 한다. 꿈 속에서는 배설을 함에도 불구하고 몸은 이에 반응하지 않는다. 배설의 욕구는 가장 기초적인 인간의 욕망이지 않은가. 과연 똘똘이가 유년기에 겪은 훈육은 어떠한 것이었기에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욕망까지도 굴종을 시킨 것일까. 똘똘이는 이러한 근본적인 훈육이 자신의 성격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궁금해 한다.

프로이트의 정신성기능psychosexual 발달단계 이론은 생후 1~3년의 기간을 부모로부터 배변 훈련을 받게 되는 항문기로 규정한다. 프로이트는 이때의 훈련이 지나치게 이르거나 혹독할 경우 항문애anal retentive 성격이 발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항문애 성격의 성인은 과도하게 정돈된 것에 집착하며 권위를 동경하는 면모를 보인다고 한다.

대다수의 한국 국민들이 이러한 항문애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 그것은 이제 상식이다. 우리 국민들이 권위와 체제에 쉬이 순응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항상 절망한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수는 그런 순응자들의 수에 비해 너무나 적기 때문에, 국민 모두를 계몽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변명 아닐까.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정치적이며, (거슬러 올라가 보면) 모든 것은 성의 억압에 기원한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성 억압은 바로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식자들이 입만 열면 외치는 ‘인간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자본주의’조차도, 이러한 근본적인 억압과 폭력의 기제와 비교하면 주변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가정에서의 근본적인 성 억압으로부터 인민을 해방할 수 있다면, 권위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당당하게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민중이 대다수가 된다면, 자본주의의 모순은 물론이고 그 어떠한 사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행복한 공동체를 원하는가? 재래시장을 살리고 싶은가? 생태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그럼 아이들이 이불에 오줌을 싸는 것을 허하라! 당장 아이들이 마음껏 이불에 오줌을 쌀 수 있다고 해보자. 우리 삶은 급격하게 변할 수밖에 없다. 이제 아이들의 심신은 자신의 욕망을 부정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부당한 처사를 강요하는 권위에 자연스레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처음에 아이들 이불에 오줌을 싸게 되면, 몹시 불편할 것이다. 어떤 습관이라도 고치기는 무척 힘든 법이니까. 그러나 어느 순간 아이들이 억압받지 않고, 두려워 하지 않고 마음껏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우리는 곧 이불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된다. 이불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성권력, 권위를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니까.

이불에 오줌을 싸라! 가족 건강 문제, 생태 문제, 이웃 공동체 문제, 모든 정치 문제가 그만큼 해결될 테니까 말이다. 이불에 오줌을 싸느냐 마느냐! 여기가 바로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내릴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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