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NK FIGHT!

세상에 구경거리가 불구경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자들끼리의 싸움도 재미있는 구경거리다. 세상의 모든 학자들이 동일한 의견을 갖고 있을 리 없고, 상반된 의견을 갖고 있는 학자들끼리는 논쟁을 피할 수가 없다. 학자들끼리의 싸움이 희귀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를 구경거리로 만드는 요인은 두 가지다. 서로의 주장에 숨어 있는 허점을 공박하는 모습과 덤으로 제공되는 자존심 싸움과 인신공격, 상호비방들이다. 사실 가장 큰 볼거리는 바로 이 후자에 있다.

내가 참여하기도 하고 또 열심 독자이기도 한 NK News에 얼마 전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다. 부산의 동서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북한 연구가 B. R. Myers 교수가 쓴 Subverted Engagement이다. 북한 연구자들 사이에서 점차로 engagement(보통 포용, 대화 등으로 번역된다)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engagement에 대한 처음의 기대와는 반대로) 북한이 외부(서구)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기 보다는 서구가 북한을 보는 시선을 바꾸는 편이라는 것이 마이어스 교수의 주장이다. ((분명 마이어스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우려하여 engagement를 철회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서두에서 언급하는 제3제국과는 달리 국력에서 절대적인 열세에 있는 북한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고 하여 우리가 무엇을 ‘우려’해야 하나?))

그런데 의외의 댓글이 달리면서 댓글란이 후끈 달아올랐다. 우리에게는 38 North 블로그로 잘 알려진 (KEDO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로버트 갈루치 특사의 선임보좌관이기도 했던) Joel Wit였다. 조엘 위트는 engagement를 주장하는 이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마이어스의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워싱턴에서 적극대화론을 펴는 사람들(특히 Tony Namkung)이 실제로는 별다른 영향력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분위기를 가열시킨 것은 이 때문만은 아니다. 실은 위트가 댓글에서 마이어스를 두고 “저 멀리(far off) 동서대학교에” 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한 것이 더욱 큰 원인이었다. 워싱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워싱턴 사정을 모른다, 그리고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부산에 있어 이명박 정부 시절의 상황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마이어스도 반격을 가했다: ‘저 멀리 떨어진 반도에 살아 미안하다. 그런데 그 신성한 워싱턴에서 내려지는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이 바로 이곳이거든? … (높은 곳에서 말하는 듯하여) 여전히 국무부에 있는 줄 알았네’ 등등.

사실 둘 다 언급하는 내용들은 귀담아 들을 것이 많다. 특히 조엘 위트는 실제로 국무부에서 북한과 협상 실무를 겪은 사람이라 나 같이 실질적인 북미 협상 과정에 대한 1차 정보가 전무한 사람에게 그의 댓글은 좋은 정보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싸움구경의 진수는 거기에 있지 않다. 자존심과 악의가 번뜩이는 개싸움! 그것이 바로 본질이다.

위트: 난 지금은 콜럼비아 대학이랑 존스홉킨스 SAIS에서 일한다. 그리고 38 North라는 웹사이트의 책임자다. 저 멀리 남한에 있더라도 좀 읽어봐라. 북한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나 미국 정부에서 일한 사람들에게 배울 게 있을 거다.

마이어스: 어이구 존함을 바로 못 알아봐서 죄송하구만유. 서구의 2차 문헌보다 북한의 1차 문헌을 연구하느라 바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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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올라올지는 몰라도 그럭저럭 읽을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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