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화 중에 배우이자 가수(어쨌든 앨범을 내긴 냈으니까)인 정은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문득 작년 GMF에서 겪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작년 GMF에서 그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페스티벌 레이디’이기도 했어요) 정은채는 제 음악 감상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무대 매너를 보여주었습니다.
뭐 원래부터 노래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를 안했으니까 지금 와서는 노래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 2박 3일 해병대 캠프에 투입시키고 싶어지게 만드는 힘 없는 목소리나 소극적인 태도도 뭐 꼭 나쁘기만 한 건 아닙니다. 정말 저를 깜짝 놀라게 만든 것은 마지막 곡을 할 때였어요.
자기 노래가 다 끝나자 정은채는 일어나서 꾸벅 인사를 하고는 무대를 걸어나가더라고요. 아직 백업 밴드의 연주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전 처음에 가스불이라도 켜고 공연하러 왔던 건가 싶었어요. 무대에 가수는 사라지고 백밴드만 남아 연주를 하는 참으로 묘한 풍경이었습니다. “뭔 무대 매너를 일베에서 배웠나…” 그때 그렇게 중얼거렸던 게 기억나네요.
제가 무대에서 방뇨를 하는 여자(이건 직접 본 건 아닙니다만)를 비롯하여, 공연장에서 별의별 퍼포먼스를 다 보았지만 앞으로도 이토록 충격적인 퍼포먼스는 경험하지 못할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