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중간에 던진 말 “Poor President Park doesn’t even remember what the other question was.” 때문에 한동안 말이 많았습니다. 신문고의 기사([단독] 오바마 ‘박근혜 조롱’, 미국은 수습에 골몰(?))가 불을 지폈고, 해당 부분만 편집한 아래의 영상이 여기저기서 보이더라구요.
이렇게 보면 오바마의 “Poor President Park”이 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의미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장 이전의 맥락을 함께 살펴보면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Poor” 의미는 전후 맥락과 같이 봐야
ABC의 기자가 오바마와 박근혜 대통령 모두에게 각기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먼저 오바마 대통령이 답변하는데 거의 10분 가까이를 혼자 답변합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걸 의식을 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답변을 시작하지 못하자 “Poor President Park…”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poor”는 ‘내가 하도 답변을 오래해서 불쌍해진‘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맥락에 가장 부합합니다. 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답변이 길었던 데 대한 너스레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박 대통령 답변 중 일부 삭제
한편, 이것 때문에 기자회견 동영상을 살펴보다가 더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의 질문에 대한 박 대통령의 답변 중에서 이후에 공개된 버전에서는 편집되어 삭제된 부분이 있더군요. 먼저 YTN의 영상입니다:
다음은 백악관에서 공개한 기자회견 영상입니다:
그런데 당시 실황을 그대로 녹화하여 업로드된 영상을 보면 위의 두 버전과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래의 답변에서 굵은글씨로 처리한 부분이 삭제된 것입니다:
그…아까 저기…어..그… 아휴 … 너무 말씀을 오래하셔 갖구..으흐흐.. 질문이 그러니깐.. 그..저..핵실험을 강행했을때 어떤 조치가 인제 있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질문하신걸로 기억을 합니다. 이번에 인제 만약에.. 이런 결정적인 이런.. 그..그.. 상황에서 어..중국이 어.. 북한에 어떤 더욱..정말 그.. 결코 이런 것을 용납할 수 없고.. 용납되지 않도록 어떤 강한 조치를 어..그.. 해주기를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에서 공개한 버전에서도 이 대목은 찾아볼 수가 없는 걸로 봐서는 한미 양측이 다 이 부분을 삭제하기로 합의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요? 중국에 너무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우려되어서인지, 아니면 답변이 너무 엉망(엉망이긴 하죠)이어서인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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