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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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많이 공유되곤 하는 팁들의 대부분은 소위 말하는 생산성productivity의 증대를 노린다. 우리는 역사 속의 위인들이나 오늘날 성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24시간을 ‘경영’하는지를 궁금해 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독특한 기술이라든지 과업에 대한 접근법들을 참조하여 나의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디지털-모바일 기기들이 범람하고 있으며, 이들 기기가 우리 삶을 지금까지 바꾸어 놓은 것보다 앞으로 바꿀 여지가 더 큰 것으로 여겨지는 요즈음을 사는 우리들에게는, 특히 IT 분야의 선구자들이 그런 기기와 앱들을 다루는 방식에서 배울 것이 많다. 우리는 단지 카톡이나 웹서핑하는 용도로 쓰는 기기들을 가지고 그 양반들은 별의별 방식(사례 하나)으로 활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은 좀 기괴하다 싶을 정도의 사례를 보기도 한다. 예전에 Path의 CEO인 데이브 모린이 자신은 전화기에 벨소리를 설정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나는 항상 공격하는 위치에 있다. 결코 수비하는 위치에 있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에 경악을 했다. 전화벨을 아예 설정하지 않는 것이야 워낙 바쁜 양반일 테니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그 이유를 ‘공격과 수비’로 설명하는 방식이 너무나 싸늘하게 느껴져서다.

어제는 듀크대의 심리학/행동경제학 교수인 댄 아리엘리가 자신이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해 인터뷰한 것을 보다가 또 한번 경악을 했다. 출장을 많이 다니기 때문에 가족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는 애플 스크립트로 자동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고 미리 입력된 내용의 메일을 보낸다고 한다:

Love you very very much!

We have been married for…
16.1 Years, or…
193 Months, or…
839.7 Weeks, or…
5,878 Days, or…
141,072 Hours, or…
8,464,320 Minutes, or…
507,859,198 Seconds

Looking forward to many more years, Months, Weeks, Days, Hours, Minutes, and Seconds.

Love 

Dan

이렇게 하여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자신의 사진과 ‘속성 연애편지’를 자신이 피로하고 지쳤을 때에도 바로 보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글쎄… 피로하면 그냥 보내지 않는 것이 더 낫지 않으려나? 자신에게 오는 이메일에 ‘시간이 없다’는 내용으로 자동 답신하는 방식보다는 더 많은 수식(스크립트)가 들어간 것이기는 하지만, 내가 볼 때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생산성’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결코 동일하지 않은 많은 것들(각기 다른 인간관계의 ‘관리’라든지 등등)을 ‘시간’이라는 동일한 척도로 쪼개어 파면으로 만드는 것만 같아 (내가 너무 고루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지만) 이런 대목들을 볼 때면 좀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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