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이 TEDx 강의가 화제더군요. 저도 큰 관심을 갖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부분은 빠진 채로 마지막에 강사가 제시하는 5가지 법칙과 7가지 방법만 짧게 우리말로 요약한 글만 돌아다니는 거 같아 아쉽습니다.
사실 팁이나 방법론에 관한 부분은 제가 예전에 썼던 저비용, 고효율의 외국어 독학 방법론에 대한 글이 훨씬 낫습니다. 저는 오히려 초반에 강사가 설명한 이론에서 더 많은 걸 배웠어요.
이 강의 내용에서 핵심적인 개념은 ‘이해 가능한 입력(comprehensive input)’입니다. 강사는 자신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중국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상황에서 중국어 도착한지 2주째에 야간열차를 탔는데 객실에서 만난 중국 군인(공안일 수도 있을 듯)과 8시간 동안 대화를 했대요.
당연히 강사가 중국어를 거의 못하기 때문에 상대는 손짓 발짓에 그림과 표정을 동원해서 대화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 일이 있고서 2주가 지나자,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중국사람들이 하는 말 중 일부가 이해가 되기 시작하더래요.
핵심 내용을 알고 있으면 문법과 단어는 저절로 따라온다
강사는 이를 두고 “먼저 메시지를 이해하면 언어는 무의식적으로 습득된다“고 설명합니다. ‘이해 가능한 입력’이란 개념은 학습자가 제시되는 내용의 본질적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으면 나머지 부분은 문맥에 따라 유추하거나 직접 질문을 던지거나 하는 식으로 훨씬 쉽게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왜 ‘본질적’인 의미를 강조하느냐면, 반드시 학습자가 제시되는 내용의 모든 단어와 문법을 알 필요는 없기 때문이에요. 핵심적인 내용만 알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겁니다. 저도 이번에 알게 된 개념이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미 1977년부터 제시되어 꾸준히 연구되어 왔다고 해요. 이 개념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는 글도 있으니 참조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를 응용하자면,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자료를 해당 외국어 버전으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해요. (다만 위 TEDx 강사는 외국어 학습의 방법으로 ‘대화’를 강조하고 있음을 유념하시길) 예전에 우석훈 선생이었던가, 당신이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할 때 <자본론>의 프랑스어 버전을 줄창 읽고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자본론>은 원체가 말이 어려워서 좋은 자료는 못될 거 같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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