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윤리학: 돼지의 어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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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tered male tusks

수컷 도야지는 어금니가 길게 난다. 커다란 멧돼지부터 작은 베트남팟벨리(흔히 미니피그라고 부르는) 종에 이르기까지 매한가지다.

야생 도야지의 어금니는 흉기다. 가끔 멧돼지에 물려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성년 멧돼지의 키가 보통 성인의 허벅지 정도에 이르기 때문에 사람을 물면 그 어금니가 대퇴동맥을 찌르는 경우가 많다. 대퇴동맥은 한번 파열되면 수술을 해도 죽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야생 도야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서운 녀석이다. 브라질의 정글에서는 재규어가 야생 도야지에게 갈가리 물어찢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은 애완용으로 키우는 미니피그들도 어금니 때문에 많은 수난을 겪는다는 걸 알게 됐다. 주인이 물리거나 하는 것은 다반사고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 외에 어금니를 너무 길게 자라도록 내버려두면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한 도야지 농장에서 실제 사례로 소개한 것을 읽었다.

어금니가 길게 자라면 가끔 울타리나 다른 가재 도구 등에 걸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도야지들은 그런 상황이 생기면 깜짝 놀라 일단 도망가려는 습성이 있어서, 실제로는 앞으로 나아가서 고개를 움직이면 쉽게 뺄 수 있는데 자꾸 뒤로 물러나려고 하여 이가 부러지거나 심지어 턱까지 깨지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내는 소리는 정말 끔찍하다고 한다. 우리 관용어구로도 ‘돼지 멱 따는 소리’가 있지만 돼지가 각잡고 울어제끼는 거 들으면 정말 정신이 혼미해진다. 어디선가 비행기 소음에 필적한단 소리도 들었던 것 같다. 층간소음 복수용 우퍼도 한때 화제였는데 도야지가 훨씬 강력하다. (아, 근데 이웃보다 내가 먼저 소음 고통으로 죽겠구나…)

그래서 그 미국의 도야지 농장은 꼭 어금니를 잘 뽑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또 어떤 사람은 수의사를 통해 어금니를 뽑았다가 뽑은 자리가 감염되는 바람에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음에도 호전이 되지 않아 안락사를 택해야 했다고도 한다. 어금니가 걸릴 수 있는 환경을 피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얘기였다.

내가 좋아하는 미국미니피그협회(AMPA)에서는 어금니를 뽑는 대신 적절한 길이로 잘라주는 쪽을 권장한다.

내가 잘은 모르지만 개나 고양이의 경우에는 이런 비슷한 것들이 더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걸로 안다. 고양이의 경우에는 집에서 키우기 편하게 하기위해 발톱을 뽑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

물론 가장 대표적인 것은 중성화이지만 애완동물로 키우는 경우에 중성화에 대해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실은 ‘애완’이라는 것부터가 죄악이 되니까.

문득 ‘애완’의 윤리에 대한 논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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