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참 좋지만 ‘통화 녹음’이 안된다는 게 기자들에겐 골치 아픈 일이었죠.
이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산 스마트폰을 택한 분들도 많았을 거에요.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아이폰에서도 통화 녹음이 가능하게 되느냐고요?
아뇨, 세상이 꼭 좋은 쪽으로만 발전하는 건 아니죠…
앞으로는 안드로이드 폰에서도 통화 녹음이 불가능해지거든요.
구글 픽셀3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새로운 안드로이드 9.0 (파이) 버전부터는 통화 녹음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거든요.
이미 안드로이드 9.0을 받아본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시도를 해봤지만 원천적으로 봉쇄된 게 거의 확실한 듯합니다.
삼성이 안드로이드를 포기하고 자체 OS에 몰빵한다면 몰라도 갤럭시 S9이나 노트9 같은 플래그십 모델이 안드로이드 9.0 업데이트를 하게 되면 통화 녹음이 막히는 건 피할 수 없게 될 겁니다.
(물론 아직도 ‘루팅’이라는 최후의 수단은 남아있습니다만 루팅을 하면 스마트폰에서 금융 관련 앱을 쓰지 못하는 등 불편한 점들이 더 많이 생깁니다)
게다가 요새는 통화 녹음에 대한 우려가 커지니까 심지어 카카오톡 보이스톡이나 텔레그램 보이스콜 등을 쓰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죠?
온라인 몰 등을 찾아보면 각종 통화녹음 도구들이 눈에 띕니다. 블루투스를 사용하는 것부터 아이폰은 라이트닝으로 도킹해서 쓰는 제품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모든 제품들이 가격도 비싼 데다가 거의 다 구매자들의 평가가 매우 안 좋습니다. 잡음이 심하다거나 필요할 때 녹음이 안되는 경우 등등…
저도 가장 간편하면서도 유용한 방법을 찾아 여기저기 헤맸는데 결국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확실한 방법으로 굳혔습니다.
이어폰 형태로 귀 속에 넣는 마이크를 쓰는 겁니다.
*** 읽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세줄 요약 ***
- 올림푸스 TP-8 이어폰형 마이크를 구입한다
- 다른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녹음하려면 TRS-TRRS 젠더도 같이 산다
- 전용 녹음기(이어폰 단자와 마이크 단자가 따로 있는)가 있다면 6000원대 이어폰형 마이크도 있다
원리는 아주 단순하죠. 마이크를 넣은 귀에 전화기를 가져다 대고 통화를 하면 그 소리를 마이크가 잡아서 녹음기로 보내줍니다.
따로 기술적인 지식도 필요없죠.
좋아요, 그럼 저 마이크를 사면 되겠죠?
두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하나는 정말 싼 거(7000원대)고 하나는 그냥 싼 거(2~3만원대)입니다.
정말 싼 거는 그럭저럭 나쁘진 않은데 반드시 마이크 전용단자가 달려있는 녹음기를 따로 써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에 달려 있는 이어폰(정확히는 헤드셋) 단자에는 꽂아도 녹음이 안됩니다.
정말 싼 거로 통화 녹음을 하려면 이어폰 단자와 마이크 단자가 따로 있는 녹음기를 써야 합니다.
그 이유는 이어폰/헤드셋 단자의 특성 때문입니다.
똑같은 단자인데 어떤 거는 이어폰에 마이크(즉, 헤드셋) 기능까지 되고 어떤 건 이어폰만 되는 게 신기하지 않았어요?
3.5mm 오디오 잭을 자세히 보시면 검은색 줄의 개수가 각기 다른 걸 알 수 있어요:
이게 실제로는 이렇게 사용됩니다:
대부분의 노트북, 스마트폰에 달린 3.5mm 오디오 단자는 다 가장 오른쪽의 PC 헤드셋용 단자(TRRS)입니다.
다른 부품 배치할 공간도 모자란데 이어폰 단자 따로 마이크 단자 따로 넣을 이유가 없잖아요.
아이폰이나 삼성 폰에서 번들로 제공하는 이어폰(마이크도 딸려있는)도 모두 저 TRRS 타입 단자입니다.
저기에 TS 타입이나 TRS 타입 단자를 끼우면 마이크 입력이 제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따로 전용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는 분들이라면 정말 싼 거로 사셔도 무방합니다만 노트북이나 서브폰(저는 3.5mm 단자가 달려있는 아이폰6S를 늘 가방에 같이 넣고 다닙니다)에 녹음을 하려는 분들은 제가 쓰는 올림푸스 TP-8을 쓰시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올림푸스 TP-8에도 한 가지 문제는 있습니다. 저걸 바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꽂아서는 안돼요. 왜냐면 TRS 타입이기 때문입니다.
TRS를 TRRS로 바꿔주는 젠더를 써야 합니다.
어느 정도 퀄리티 있는 제품이 1.1만원 정도 합니다.
(마이크도 $15인데 젠더도 가격이 비슷하다는 게 슬프죠…)
여기서 이런 질문이 나올 법합니다.
아니 그럼 정말 싼 거에다가 저 젠더 끼우면 안되나요?
문제는 저 정말 싼 제품은 TS 타입이라는 거에요:
TS 타입을 TRRS로 바꿔주는 젠더는 거의 팔지 않을 뿐더러 엄청 비쌉니다.1
그래서 저는 안전하게 TRS형을 사고 TRS-TRRS 젠더를 끼우는 쪽을 택했습니다.
녹음 매우 잘 되고요, 전화 걸 때면 서둘러 경호원처럼 인이어를 끼워야 한다는 귀찮음을 빼고는 아주 만족합니다.
업데이트: 그런데 배터리 대기 시간이나 휴대의 편의성 때문에 저도 결국은 전용 녹음기를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 그냥 TS를 TRS-TRRS 젠더에 꽂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굳이 돈 2만원 차이에 스트레스를 더 받고 싶진 않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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