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넷플릭스에 보이길래 정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틀었다.
처음에 눈에 띈 것은 너무나 저예산스러운 카메라 워크였다(유튜브 2년 하다 보니 이젠 이런 게 먼저 들어온다). 천정이나 코너에 카메라 달아놓고 그것 자체를 패닝 또는 줌을 하니까, 아니 얘네가 정말 각잡고 저예산으로 찍었네, 무슨 클레멘타인처럼 스티븐 시걸 출연료로 예산의 30% 쓴 건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화면에서 어떤 사람들의 얼굴이 블러 처리가 되어 나오는 걸 보자 이게 내가 생각했던 이유랑 다른 이유에서 이런 카메라 워크가 나왔다는 걸 깨달았다. 보통 이런 식으로 엑스트라(?)의 얼굴이 가려지는 것은 사전 동의 없이 촬영을 하고 나서 이후 동의를 못 얻으면 이렇게 가리는 것이니까…
아니 그럼 이게 다 몰래카메라란 건가?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 엔딩 크레딧을 보니 정말이었다. 주연으로 나오는 배우를 제외하고는 다 일반인이었고 심지어 영화에서 주연들과 꽤 많은 대화를 주고 받는 조연(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다 영화 촬영인 줄 모르고 찍힌 일반인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별 생각도 기대도 없이 보다가 마지막에는 정말 감탄해버렸다. 내러티브는 특출날 것 없는 버디 + 로드 + 그리고 드러운 미국식(난 이런 것도 좋아한다) 코미디지만 영화 속의 조크들도 상당히 재밌고 각 씬의 상황에 일반인들이 반응하는 모습도 매우 재밌다(몰카 영화라는 걸 진즉 알고 봤으면 더 재밌었겠다).
매우 저렴한 예산으로 촬영도 가능했을 것 같고(영화 제작 예산을 검색해봤는데 찾을 수 없었다) 연기자나 연출자 모두에게 도전이자 흥미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나도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 유튜버들이 모여서 찍은 웹드라마 좋좋소 같은 것도 있잖습니까,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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