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펠릭스 데니스는 당당하게도 자신의 책을 ‘반(反)자기계발서’라고 이르지만 책의 표제와 목차는 전혀 그래보이지 않는다. 첫 머리의 ‘부자가 되지 말아야 할 이유’도 부자가 되고 싶어서 책을 집어든 사람들에게 곧이곧대로 읽히지 않을 것 같다.
부자가 되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백만 명 중에 한 명의 확률에 불과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지만 오히려 그만큼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운이 좋았는지 따위를 과시하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 다음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들은 오히려 자기계발서, 그것도 매우 잘 정리된 데다가 저자 본인의 경험이 생생히 전해지는 양질의 자기계발서다. 음악 잡지 에디터로 시작해서 출판업계의 거물이 된 양반이라 그 경험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특히 존 레논과 얽힌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부를 어떻게 쌓는지, 그리고 쌓은 부를 어떻게 유지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 끝내고 저자는 17장에서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를 요약하여 다시 해주는데 이 대목의 첫 머리 또한 부자가 되지 말아야 할 이유에 대한 것이다.
놀랍게도, 부자가 되기 위한 자신의 인생 역정을 다 들려준 후에 그가 하는 이야기는 맨 처음에 책을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르게 들린다.
그러니까 그는 정말 진심으로 부자가 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고 말하는 거였다. 부자가 되는 것이 결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진 않는다고, 너무 뻔한 얘기같지만 그가 자신의 경험과 관찰을 갖고 하는 이야기라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자신이 행복을 느낄 때는 홀로 앉아서 시를 쓸 때와 나무를 심을 때, 그리고 오랜 친구들과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눌 때인데 모두 부자가 되는 것과는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도 훌륭하게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해 써놓고서는, 실은 부자가 되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그것도 정말 진솔하게) 고백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을 반(反)자기계발서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쌓은 거대한 부를 놓지 못하는, 그 모순을 명확하게 인지하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저자의 모습과, 책이 히트하고 나서 비슷한 내용의 책을 또 냈다는 사실(처음 몇 페이지를 읽어봤는데 거의 패러프레이징 수준이라 더 읽지 않았다)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반면교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