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30년간 관찰해왔지만 이는 매우 드문 일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한국학 프로그램 소장(director)인 데이빗 스트라우브David Straub는 NK News와의 인터뷰에서 장성택의 공개적인 숙청 및 처형 사실 공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순간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추고 한참 후에서야 관련 사실이 알려지던 과거의 경우와는 달리, 이번 장성택의 숙청은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해 온 전문가들을 당황시킬 정도로 공개적이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종편 관계자들이 춤을 추는 소리가 서울 변두리의 내 방에서도 들리는 듯하다. NK News에서는 데이빗 스트라우브, 빅터 차, 안드레이 란코프, 써니 리의 네 전문가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데이빗 스트라우브는 이 사건이 북한의 안정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우리는 지도층 내의 역학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 만일 그만한 지식이 있었더라면 이 사건을 두고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놀랐을 리 없다는 것이다. 스트라우브는 북중 관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결국 중국이 북한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빅터 차는 이제 북한의 지도층이 무엇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당의 핵심인물과 군의 핵심인물를 제거하면 이제 국가를 처음부터 건설해야 하는 판국이라는 것이다. “이는 매우 위험한 전력이다.” 차는 장성택의 숙청이 북한 정권의 성급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이 란코프는 이번 공개 숙청에서 북한 인민들의 정체성 중 하나가 붕괴되었다고 지적했다. 바로 ‘통일성 신화unity myth’이다. “수십 년간 북한 인민들은 그들의 사회가 위대한 영도자를 중심으로 완벽하고 절대적으로 통일되어 있다고 믿어야 했다.” 그러므로 최상층부에는 나쁜 사람도 없으며 무너질 수 없는 통일성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assumption)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공개적으로 장성택이 온갖 비난을 받으며 숙청되었다. 그렇다면 김일성은 사람을 잘못 본 것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김일성의 정책 또 잘못되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란코프 교수는 과거의 숙청 방식과 이번의 숙청 방식을 대비했다. 과거에는 숙청을 당하더라도 귀양 가는 정도로 지방에서 하급 관리들이 하는 일 정도나 하면서 다시 복권을 기다릴 수 있었다. 그런 사례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대로 처형을 당할 수 있다. 이제 당 관료들은 보다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쿠데타를 도모한다거나, 남한으로 망명을 한다는지 등의. 란코프 교수는 곧 민간인 고위 관료들에 대한 숙청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스탠포드대 Walter H. Shorenstein Asia-Pacific Research Center 연구원인 써니 리Sunny Lee(남자다. 전에 세미나에서 본 적 있다) 또한 조만간 장성택 사람들에 대한 대규모 숙청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한편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무척 흥미로운 점을 하나 지적했다. 김정은은 어린 나이과 경험 부족 때문에 지금껏 저평가되어 왔지만, 자신이 이해하기로는 장성택을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적어도 4월부터, 그리고 아마도 작년 12월쯤부터 계획하고 있었으리란 것이다. 김정은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어리석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