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말 많은 이케아, 저도 한번 가보았습니다. 레스토랑의 독특한 구성에서 매장 운영철학의 정수(?)를 느낄 수 있었고, 주자창에서 큰 차량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롯데는 역시 롯데답게 바로 옆에 롯데아울렛 광명점을 여는 꼼수를 보여주었습니다만 가보고 크게 후회하였습니다. 아울렛은 그냥 파주나 여주 가세요.
그래도 평일에는 한산한 편
사실 이케아 때문에 인근 도로가 마비상태라는 보도를 하도 접해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 진입할 때 겪는 정체를 광명에서 겪는 것은 아닐까 하고 조금 불안해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도로는 한산하더군요. 입구까지 아무런 정체가 없었고 주차장에서도 자리를 찾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평일 정오경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차들이 많다는 건 놀랍더군요.
독특한 매장 구성
이케아 매장이 어떠한 구조인지 등에 대해서 아무런 사전정보도 없이 무작정 가본 것이어서 처음에 바로 쇼룸이 펼쳐지자 좀 당황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근사한 물건들이 놓여있기는 한데 이걸 직접 집어가서 살 수 있다거나 바로 옆에 점원이 있어서 이것을 가져다 달라고 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었거든요.
이케아의 매장 구조는 대강 이렇더군요:
쇼룸과 소품 픽업의 장대한 여정(구경만 해도 2~3시간은 금방 지나가는 듯)을 끝마치고 나면 아래와 같은 광활한 셀프 서브 센터가 용사들을 맞이합니다.
한국 시장을 잘 겨냥한 쇼룸의 구성
뭐 이케아의 가격이나 디자인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아실 터이니 굳이 덧붙일 말이 없습니다만 쇼룸의 구성을 보면서 확실히 한국 시장 연구를 많이 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작은 주거공간을 위한 가구 배치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더군요.
제가 작년초 결혼 준비하면서 국내 가구 브랜드 쇼룸들은 한번씩 다 돌아보았거든요. 그런데 국내 브랜드 쇼룸들은 죄다 최소 24평 이상의 아파트에 거주할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었습니다. 글쎄 지방이면 모르겠는데 서울에서 24평 이상에서 시작할 신혼부부가 얼마나 많을지?
반면 이케아의 쇼룸에서는 “아, 이 정도면 우리집에서도 할 수 있겠는데?”란 생각을 절로 하게끔 만드는 구성(그리고 모든 코너에는 이렇게 구성하는 데 총 얼마가 든다는 것을 착실하게 가격표로 보여주고요)이 돋보였습니다.
레스토랑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매장 운영 전략
이케아의 제품 못지 않게 광명점 개장 이후 화제였던 것이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이미 방문 전부터 SNS를 통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은 터라 기대를 꽤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레스토랑에서 디저트(치즈케이크, 마카롱 등)를 먼저 고르는 것이 무척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케아의 매장 구성이나 운영방식이 모두 그렇더라구요. 이케아의 매장 운영 철학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곳이 레스토랑(아무래도 먹는 것이랑 연관되다 보니 더욱 눈에 띠지 않나…)입니다.
앞서 매장 구성에서도 지적했듯, 이케아는 항상 자잘한 것(홈퍼니싱 소품/디저트)부터 먼저 고르게 합니다. 그 다음에 커다란 것(침대, 소파/메인 디쉬)을 고르게 하고, 계산은 최후의 순간에 한꺼번에 합니다.
처음부터 커다란 걸 고르게 하면 이후에 자잘한 것을 고를 때에는 ‘이미 돈을 많이 쓰고 있다’는 생각에 자제력이 많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잘한 것들을 먼저 고르고 나면 어차피 큰 것들은 구입을 해야 하는 것이니까(‘애초에 소파 사려고 온 거였잖아!’) 고를 수밖에 없죠.
게다가 먼저 고른 자잘한 것들을 나중에 포기하려고 해도 일방통행식으로 배치되어 있는 매장의 특성상 어렵습니다. 이미 카트에 넣은 물건을 다시 원래 자리에 두기 위해 이 거대한 일방통행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왠지 대자연의 법칙에 반하는 것 같기까지 하다니까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어떤 용자께서는 그냥 주방용품 코너에 패브릭 제품을 던져놓고 가시기도 하셨답니다.))
저희처럼 처음에 고른 패브릭 제품을 다시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놓을 수 있을 정도의 근성을 가진 이도 아마 저 레스토랑의 행렬을 거스르고 아까 골랐던 마카롱을 다시 가져다 놓지는 못할 겁니다.
사실 레스토랑의 음식 수준은 딱 그 가격대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음식 자체보다는 이케아 매장의 운영철학의 핵심을 엿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케아 레스토랑은 흥미롭습니다.
진짜 고난은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모든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셀프 서브까지 끝마쳤다고 해서 안심하시면 안됩니다. 물건을 가지고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게임은 끝난 게 아닙니다. 문제는 마지막에 셀프 서브에서 챙긴 주요 가구들을 차에 실으면서 시작됩니다. 옷장이나 침대의 대부분이 세단 차량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처음에 셀프 서브에서 받을 때에는 모든 부품이 분해되어 납작하게 포장되어 있기 때문에 ‘그래, 이 정도면 내 차에도 들어갈 수 있을 거야!’하는 헛된 희망을 품게 됩니다. 속지 마세요. 희망고문이 다 그렇게 시작됩니다.
중형 세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리 저리 방향을 바꾸어 넣어보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문이 닫히지 않습니다. 씩씩거리면서 이리 저리 움직여 보다가 주차장 맞은편에서도 한 부부가 똑같은 중형 세단에서 제품을 넣으려고 끙끙대다 싸우는 것을 보면서 드디어 패배를 시인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이야 커다란 픽업 트럭 같은 것도 많이 끌고 다니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세단이라 배송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클 겁니다. 그리고 이케아는 역시 이를 놓치지 않고 배송 서비스에 강려크…한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배송은 29,000원부터: 하지만 29,000원인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제품을 주차장에서 배송 센터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무게나 크기가 있기 때문에 배송은 언제나 예상을 초과합니다. 소파베드의 프레임만 보내는 데 49,000원이 나오더군요. 이케아 패밀리카드 할인(…)으로 39,000원으로 겨우 맞췄습니다. ((경동택배를 통해서 배송이 되더군요))
SUV이라면 어느 정도 자체 해결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세단의 경우에는 그냥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습니다. 소파베드, 그것도 폭 160cm 정도의 프레임도 중형 세단에 들어가지를 않았으니 폭 180cm 이상의 대형 소파나 가구(옷장 등)는 불가능할 겁니다.
그래서인지 아예 용달차량을 동원하여 조립 후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꽤 있는 듯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소형 화물차에 이미 조립된 이케아 옷장을 싣는 사람들도 눈에 띠었고요.
어쩌면… 이케아에서 구입한 다음 이케아의 배송 서비스가 아닌 일반 택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속출할지 모르겠습니다.
총평: 그래도 역시 한번쯤은!
집안에 교체해야 할 가구가 있으시면 한번쯤은 꼭 방문해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하지만 구입하고자 하는 가구가 소품 수준이 아닐 경우에는 필히 큰 차량을 이용하셔야 저처럼 주차장에서 분노의 몸부림을 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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