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 기사의 스타일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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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으로 써진 기사도 많이 읽고 영문으로 써진 기사도 많이 읽는다. 영문으로도 기사를 쓰지만 요새는 국문으로 쓰는 일이 더 많다. 영문으로 써진 기사를 국문으로 옮기는 일도 많이 한다.

그러다보니 국문과 영문 기사의 스타일 차이에 대해 자주 생각을 한다. 이미 조진서 기자님이 비슷한 이야기를 한 바 있는데 나는 무엇보다도 ‘인용’을 나쁘게 구사하는 경우가 잦다는 데 국문 기사의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용에 나쁜 것과 좋은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예외적으로만 구사해야 하는 것을 일상적으로 구사할 때 그렇게 평가할 수 있겠다.

국문 기사에서는 인용이 기자 자신이 작성한 문장 안에 포함되는 부분partial 인용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여느 언론사의 기사를 들여다봐도 다 그렇다. 무작정 연합뉴스의 홈페이지에서 관계자 인용이 있는 기사를 하나 열어봤다:

최해영 해운대경찰서 형사과장은 “건물 외벽에 층마다 길이 40㎝ 크기의 앵커(콘)가 박혀 있고 이곳에 역삼각형 모양의 슈브라켓과 볼트가 들어가 안전작업발판 구조물을 지지하는 구조”라며 “슈브라켓 4개 모두 이탈해 바닥으로 떨어졌고 앵커와 주변 콘크리트까지 붙은 채로 발견된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고정된 앵커가 탈락했다면 부품 결함으로 볼 수 있고 고정장치 전체가 통째로 빠졌다면 앵커를 시공할 때 부실이 있었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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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스타일 가이드는 인용에 관한 기본 원칙으로, 파편적인 인용을 피하고, 발화자의 말이 분명하고 간결하다면 전체 인용full quote을 할 것을 권한다.

인용구에 큰따옴표를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사람이 한 말이라는 걸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을 기사 안에 쓸 때에는 최대한 공정성을 기해야 한다.

그 사람이 한 말을 가급적 원문 그대로, 그 문장 전체를 실어주는 것은 공정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다. 참고로 AP 가이드는 발화자가 구사하는 문법이 틀리거나 말더듬는 부분이 있어 정리하는 경우에도 신중을 기할 것을 요청한다.

사실 국문 기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런 인용 방식은 공정성과도 거리가 멀지만 순전히 읽기에도 별로 좋지 않다. 위에 인용한 기사를 보면 첫째 문단은 저 문단 전체가 단 하나의 문장이다. ‘최 형사과장은… 말했다’는 문장 안에 ‘~라며’라는 이상한 요소를 덧대어 문장 두 개를 욱여넣는다.

부분 인용은 해당 표현에 논란의 소지가 있거나 매우 독특할 때 정도나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무엇보다 이런 부분 인용이 남발되면 본래의 발화자의 의도와 전혀 다른 맥락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체 인용을 한다고 해서 맥락이 왜곡될 소지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기자의 서술과 발화자의 인용은 가급적 분리된 문장에서 전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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