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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논고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논고

    논리철학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의 스타일적 아름다움을 가장 명징하게 보여주는 매체는 종이책이 아닌, 비트겐슈타인 생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하이퍼텍스트다. 각각의 대명제를 클릭하면 그에 대한 보론이 이어진다. 굳이 보론을 살펴보지 않더라도 1번부터 6번까지의 논리적 흐름을 (이해의 여부는 차지하고) 읽을 수 있다. 예전부터 논리철학논고의 이런 스타일(하이퍼텍스트로 비로소 구현된)이야말로 궁극적인 보고서 형식이라고 생각했다. 핵심명제들이 (나름의 구조를 갖추고) 먼저 등장하고, 필요하면 각각의 명제에…

  • Chris Brose, The Kill Chain

    Chris Brose, The Kill Chain

    한국 언론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어휘를 이상하게 전용하는 사례가 한둘이 아닌데 ‘킬체인’도 그중 하나다. 무슨 전략표적타격이니 대북 선제타격 능력이니 하는 의미로들 쓰고 있는데 (위키백과 한국어판도 이러고 앉았다) 본래는 그저 어떤 군사적 위협을 식별하고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린 후, 조치를 취하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 미국 군사 용어일 따름이다(위키백과 영어판은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국내에서 이런…

  • 콜린 윌슨, 「오컬트 너머」

    콜린 윌슨, 「오컬트 너머」

    오컬트 삼부작의 마지막 「오컬트 너머Beyond The Occult」에서 콜린 윌슨은 하나 큰 회심(?)을 한다. 육신의 사후에도, 혹은 육신 없이도 영혼이 존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입장이 크게 바뀐 것이다. 이 문제는 여러 초자연현상 중에서도 폴터가이스트와 강령회seance의 근원에 대한 의문과 직결된다. 이를테면 폴터가이스트 현상은 정말 어떤 유령의 장난인 것인가, 아니면 사춘기 소년소녀의 응축된 성적 에너지가 무의식적으로 발현된…

  • 과학은 과학적일지 몰라도 과학자/과학계는 그리 과학적이진 않다.

    “1960년대 과학계에는 담배 제품과 암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분명한 컨센서스가 생겼어요. 담배 업계는 몇가지를 재빨리 깨달았죠. 첫째, 그건 아마도 사실일 거다 – 자기네 과학자들도 같은 결과를 얻었거든요. 둘째, 이는 업계에 큰 재앙이다. 셋째, 담배가 안전하거나 건강에 좋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에 기반한 반론을 제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저…

  • 애플과 중국의 사례

    애플은 제조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한다. NYT의 어제 기사는 애플이 그간 알게 모르게 조금씩 그 청구서를 받아왔음을 보여준다: He Warned Apple About the Risks in China. Then They Became Reality. – The New York Times (nytimes.com) 두 지점이 특히 흥미로웠다: 중국도 애플의 공급망을 독차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투자를 했다. 애플도 (적어도 2014년부터) 자기네가 중국에 너무 의존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