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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드트립: 2021년 최고의 실험(?) 영화

    배드트립: 2021년 최고의 실험(?) 영화

    우연히 넷플릭스에 보이길래 정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틀었다. 처음에 눈에 띈 것은 너무나 저예산스러운 카메라 워크였다(유튜브 2년 하다 보니 이젠 이런 게 먼저 들어온다). 천정이나 코너에 카메라 달아놓고 그것 자체를 패닝 또는 줌을 하니까, 아니 얘네가 정말 각잡고 저예산으로 찍었네, 무슨 클레멘타인처럼 스티븐 시걸 출연료로 예산의 30% 쓴 건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다…

  • 콜린 윌슨, 「오컬트」

    콜린 윌슨, 「오컬트」

    콜린 윌슨은 이미 「아웃사이더」에서 인간 정신의 새로운 발달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었다. 책의 후반에서 구르지에프가 상당한 비중으로 언급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윌슨이 나중에 오컬트에 대한 책을 썼다는 것도 고등학생 시절 열심히 읽던 범우사판 아웃사이더의 (나중에 윌슨이 새로 쓴) 저자 서문에서 알 수 있었다. 아웃사이더로 인한 급작스런 성공 이후 평단의 혹평을 면하지 못하다가 1971년 오컬트를 펴낸 후…

  • 제임스 네스터, 「호흡의 기술」

    제임스 네스터, 「호흡의 기술」

    숨 쉬라고 코가 있긴 하지만 입으로 숨을 쉬는 사람도 많다. 코가 잘 막히는 경우도 있을 테고 뛰다가 숨이 차면 더 많이 들이쉬려고 입을 쓰기도 하잖은가. 그런데 입으로 숨을 쉬면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된다. 수면의 질은 물론이고 심지어 운동 능력까지도, 코로 숨을 쉬었을 때와 입으로 숨을 쉬었을 때의 차이가 현저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 존 그레이, 「고양이의 철학」

    존 그레이, 「고양이의 철학」

    동물로서의 고양이를 특히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어떠한 상징마냥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고양이’에 대해 가끔, 어디서부터 솟는 것인지 분간이 어려운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많은 경우, 고양이는 ‘인간다움’에 대한 안티테제처럼 제시된다. ‘패배의 시대The Age of Defeat‘의 적절한 상징이기도 할 터. 식자가 고양이에 대해 책을 쓰는 일은, 그래서 내겐 내리막의 시작처럼 여겨진다. 한국에서 (갑자기) 고양이에 대해 책을…

  • 배양육이라는 선택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 대체육, 그중에서도 petri meat라고도 이르는 배양육이 화제에 올랐는데 사실 나처럼 도야지를 사랑하면서도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 딜레마(이것을 딜레마로 인지하느냐부터가 문제의 시작이겠다)를 가진 사람들에게 배양육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고기를 얻기 위해 생명을 배태시키고 사육해서 도살하는 잔혹함에서 손쉽게 탈출할 수 있는 옵션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존 그레이에게 톡톡히 배운 게 있다면 인간이 갖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