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일자의 뉴스테이츠먼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EU에서 통번역가로 일하는 한 그리스인에 대한 기사인데 이 양반은 무려 32개의 언어를 구사한다고 하는군요. 이런 이야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읽어보고는 흥미로웠던 부분만 짧게 발췌하여 옮깁니다.
EC에서 번역자로 일하고 있는 Ioannis Ikonomou는 EU의 공식 언어 24개 중 에스토니아어, 말타어, 아일랜드어를 제외한 21개 언어를 구사한다. 총 32개의 언어를 구사하며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고대 교회 슬라브어와 소그드어를 비롯한 고대 언어들도 익혔다. 최근에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생겨 한국어도 배워볼 생각이라고 한다.
폴리글롯(polyglot; 다국어 사용자)은 수천 년동안 경이의 대상이었다. 클레오파트라는 9개의 언어를 구사했다고 전해지고 시인 밀튼은 10개를 구사했으며 사전 편찬자였던 노아 웹스터는 적어도 20개의 언어를 알았다. 탐험가 리차드 프랜시스 버튼은 29개의 언어를 익혔다고 전해지는데 적어도 그 중 하나는 누워서 배웠다. 그의 소말리아어는 매춘부에게 익힌 것으로 여겨진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폴리글롯은 바이런이 ‘언어의 괴물’이라고 일컬었던 바티칸의 추기경 주세페 메조판티일 것이다. 1774년 볼로냐에서 태어난 메조판티는 세 살 때부터 학교를 다니기 시작해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 프랑스어를 익혔다. 12세가 되었을 때 신학교에 들어가 히브리어, 아랍어, 콥트어, 독일어를 익혔다. 그가 20대가 되었을 때 볼로냐의 병원들은 나폴레옹 전쟁으로 인해 부상을 입은 오스트리아 제국 군인들로 넘쳐났다.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에서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어를 놀랄 만큼 빠르게 익힐 수 있었던 메조판티의 역할은 이때 두드러졌다. 그는 단 14일 만에 외국어를 익힐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학습법 중 하나는 외국어 화자에게 주기도문을 모국어로 반복해서 암송할 것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그 언어의 리듬과 소리를 흡수할 수 있었다.
메조판티를 알았던 아일랜드의 사제는 자신이 쓴 그에 대한 전기에서, 메조판티가 30개 언어를 마스터했으며 다른 42개 언어는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었다고 추정했다.
특별한 능력의 언어 학습자가 태어나는 것인지 만들어지는 것인지는 현대 과학 연구로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한 연구자는 지능의 문제라기 보다는 동기의 문제로 여겨진다고 답했다. 인도나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에서는 하루에 서너 가지의 언어를 바꿔가며 구사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한다.
Ikonomou의 언어에 대한 집착 또한 일찍 시작되었다. 5세 때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듬해 여름, 고향인 크레타에 돌아왔을 때 옆을 지나가던 영국인 커플이 사로 대화하는 내용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되자 그것이 기적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렇게 긴 언어 여정이 시작된 것이었다.
독일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를 배우고 나서 군 복무를 하면서 고전 아르메니아어도 익힌 그는 이후 콜럼비아 대학과 하버드에서 학위를 이어나갔다. 유럽의회의 통변역가 구인 공고를 보지 않았더라면 계속 학계에 머물렀을지 모른다.
폴리글롯에 대한 책 <Babel No More>의 저자 마이클 에라드는 저서에서 폴리글롯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는데 대부분의 폴리글롯들은 적어도 6개의 언어를 구사했으며, 많은 이들이 자신들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보통 사람보다 더 동기가 강했다고 생각했다. 흥미롭게도 그의 설문에 따르면 여성보다는 남성 폴리글롯이 더 많고 게이와 왼손잡이의 비중이 더 많다고 한다.
유로바로미터의 2012년 설문에 따르면 유럽연합 시민들의 54%가 최소한 모국어 외의 다른 언어로 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영국은 61%의 국민이 모국어만 구사할 줄 알아서 세 번째로 외국어 구사 인구가 적은 나라로 꼽혔다. 이보다 외국어 구사 인구가 적은 나라는 헝가리와 이탈리아 뿐이다.
여섯 개 언어를 구사하는 EC의 통역국장 브라이언 폭스는 첫 외국어가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운동이랑 마찬가지죠. 외국어 하나를 익히는 데 성공하면 그 다음은 더 쉬워집니다.”
위성 텔레비전은 최초의 획기적인 학습 보조도구였다. 폴리글롯 컨퍼런스의 공동창립자인 리처드 심콧은 자신의 프랑스어, 독일어, 세르비아어, 알바니아어 구사 능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외국 TV 채널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웹사이트와 앱, 팟캐스트 등으로 인터넷은 훨씬 더 큰 이점을 안겨주었다. 무료 언어학습 플랫폼인 듀오링고(Duolingo)는 1억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심콧은 프리랜서 교사와 학생을 연결시켜주는 italki.com을 통해 인도네시아어와 슬로베니아어를 배우고 있었다. 그가 가장 편리하게 쓰는 도구는 유로뉴스(Euronews) 모바일앱으로 13개 언어로 뉴스를 방송한다.
“오늘날엔 모든 걸 손가락 끝으로 배울 수 있어요. 옛날엔 어떻게들 했는지 모르겠어요.” 심콧은 말했다.
Ikonomou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을 위한 학습법을 세 가지 단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하루 15분, 일 주일에 6~7일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첫째로 기초적인 문법과 어휘, 알파벳을 (유튜브 비디오나 교과서 또는 CD 등등) 학습한다.
둘째 단계는 바로 뛰어드는 것이다. 웹에서 신문 기사를 읽거나 뉴스 방송을 본다. 처음에는 단 10% 정도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포기하지 마세요. 읽고, 듣고, 스카이프에서 사람들에게 말을 거세요. 언어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겁니다. 개인 교사가 없다면 의지력과 근성이 필요합니다. 언어와 꾸준히 접촉하면서 그 언어를 야생마처럼 길들일 수 있고, 그리하여 그 말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마지막 단계는 기본적인 언어구사력을 획득하는 것으로, 언어의 단 20~30% 밖에 되지 않는 문법과 구문론, 불규칙 동사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한다. 이 시점에서부터는 그 나라의 음식을 먹고, 그 나라의 텔레비전 방송과 영화를 보고, 그 나라의 음악과 문학작품을 읽는다. 그 나라와 언어의 역사에 대해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능하다면 그 나라로 여행도 가는 게 좋다.
“영어 한 단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세요.” 그리고 그 우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기자가 밤 10시 30분에 그의 아파트를 떠날 때도 그는 아직 잘 준비를 하지 않았다. 멕시코의 택시 기사와 중국인 학생, 그리고 그가 여행길에 만났던 친구들이 페이스북에서 채팅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뭐 결국 방법론은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기본적인 어휘와 문법을 익히고, 그 다음엔 최대한 많이 접한다. 그리고 매일 (단 15분이라도) 꾸준히. 보다 자세한 방법론적 측면은 제가 이전에 쓴 ‘독학으로 외국어를 공부하려면‘이나 ‘6개월 안에 외국어 배우기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