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과 편리의 균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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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체한 세면대에 애착이 크다. 별 대단할 것도 없는 흔한 이케아 세면대인데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내가 직접 교체해서다. 그것도 엄청 힘들게 교체해서다. 기존 세면대를 철거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가장 난관은 드릴로 타일을 뚫는 것이었다. (타일 시공할 때 채우는 몰탈의 밀도가 상당히 높은 것 같다. 정말 구멍 하나 뚫는 데 5분 이상이 걸렸다.)

밀키트 음식이 막 뜨기 시작하던 몇 년 전에도 그런 해설을 읽은 적이 있다. 이케아 제품에 애착을 갖게 되는 게 조립에 내가 들인 노력 때문이듯, 밀키트 음식에 대한 애착도 얼마나 조리에 소비자의 노력이 들어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관건은 노력과 편리의 적절한 균형점이다. 너무 쉬우면 노력이 들어가지 않아 애착이 안 생길 테고, 너무 어려우면 아예 안하게 될 테니까.

그런데 미국이나 한국의 밀키트 업체들 업황을 보면 밀키트라는 제품군에서는 아예 이런 균형점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사용자 경험이라든지 고급화 같은 쪽의 경쟁은 거의 없고 결국 가격 경쟁력으로 귀결되고 있는 듯해서다. 파인다이닝까지 안 가더라도 그냥 업장을 방문해서 먹는 것과의 경쟁은 성립이 되지 않고, 결국 배달음식과 경쟁하게 된다.

여기서는 원물 재료를 직접 키우거나 수확하는 등의 다른 ‘노력’이 들어가야 비로소 차별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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