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브라질이 떠오르겠지만 (나도 그렇다) 페루에 속하는 아마존, 그러니까 페루령 아마존도 그 규모가 크다. 페루 국토의 60%가 아마존이고 그 우림의 면적은 브라질에 버금간다. 아마존의 동식물이나 문화 연구 등도 페루령 아마존에서 많이 이루어진다.
남미를 여행하는데 아마존을 안 가볼 수야 없는 일.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페루령 아마존의 관문이 이키토스Iquitos라는 것은 금새 알 수 있었다.
도로로 닿을 수 없는 도시
이키토스는 비행기와 배 이외의 수단으로는 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도시다. 상당한 규모의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도로로 연결이 돼 있지 않은 도시로는 유일하다는 설명이 거의 모든 여행 가이드에서 나온다. 게다가 배는 아마존을 거슬러 올라가는지라 소요시간도 엄청 길다.
고로 비행기가 거의 유일한 옵션.
당시 현지 심카드를 구입하지 않은 상태였던 나는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할 계획을 세우면서 큰 실수를 하나 저질렀다. 공항의 위치를 잘못 파악했던 것.
구글 지도에서 이키토스 공항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공항은 도심에서 매우 가까이 있다. 걸어서도 충분히 숙소까지 해 지기 전에 도착할 거리였다.
그래서 나는 공항에서 내가 지드래곤이라도 되는 양 뜨겁게 나를 맞이하는 택시기사들과 모터택시 기사들을 모두 외면하고 우비를 뒤집어 쓰고 공항을 나왔다.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로.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지도에서 본 공항은 옛날 공항으로 지금은 폐쇄된 곳이었다. 현재 운영되는 공항은 다운타운으로부터 훨씬 멀리 떨어져 있었다.
두 시간 가량을 걸은 끝에 이키토스 다운타운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모터택시 얼마 하지도 않는데 왜 그랬나 싶다…
도심이 가까워질수록 길가에 보이는 건물의 모양이 복잡해지고 그 수도 많아진다.
이키토스의 중심가는 산 후안 바티스타 성당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마침 내가 묵었던 곳과 가까워서 방향감각을 잡기가 수월했다.
그리고 이키토스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양철집이 성당의 맞은편에 보인다.
아마존 개발을 촉진시킨 것은 증기선의 등장이었다. 바람에 소금기만 없을 뿐이지 바다나 진배없어 보이는 이 거대한 강의 물줄기는 물론 엄청나게 강력하기 때문에 사람의 힘으로는 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가 없었다.
최초로 아마존을 탐험한 스페인 원정대가 식량난에 시달렸다가 따로 몇명을 떼어 강을 따라 내려가게 했는데 식량은 찾았지만 도저히 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가 없어 복귀하라는 명령을 거부해야 했단다.
1851년 증기선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아마존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키토스를 일으켜 세우신 것도 고무요 쓰러눕힌 것 또한 고무이니…
산업혁명은 고무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그리하여 아마존의 관문인 이키토스가 골드러시에 비견될 만한 러버러시의 시대를 맞았다. 이때가 이키토스의 황금기다.
한창 때의 이키토스는 정말로 화려했다. 남미의 물이 별로라며 빨래거리를 배에 실어 영국에 보내 세탁을 시켰을 정도. 양철집과 지금까지 남아있는 화려한 유럽풍 양식의 건물들이 모두 이 시절에 지어졌다.
그러나 호시절은 30년을 못 버텼다.
영국의 헨리 위컴이 1876년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고무나무 씨앗 7만 개를 수입하여 본국의 큐가든으로 보낸 것이 종말의 서막이었다. 큐가든에 당도한 7만 개의 씨앗 중 2800개 정도가 싹을 틔웠고 이들은 실론과 싱가폴을 비롯한 동남아의 영국 식민지에 보내졌다.
1910년에 이르자 영국령 말레이시아는 세계 최대의 고무 생산지로 등극했고((출처: http://www.telegraph.co.uk/comment/letters/10903662/The-man-who-brought-rubber-to-the-Far-East.html)) 세계
고무생산의 90%가 동남아에서 이루어졌다.
그렇게 아마존의 러버러시는 끝났다.
이키토스의 경제도 그 이후로 급속히 쇠락했고 아마존 관광이 꽤 발달한 지금에도 그때의 영화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
중심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이키토스 시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박물관이 있다. 도시의 역사를 꽤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문제는 영어로 써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 대강 유추만 하다가 왔다.
박물관은 중심지에서 좀 떨어져 있었고 거기로 향하는 길에서 도시의 가난을 더 직접적으로 볼 수 있었다. 거리 한쪽에 서울역 노숙자처럼 쓰러져 있는 사람((이키토스에서 이런 사람을 보기는 드물었다. 아마도 날씨 때문이 아닐까 한데…))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영어로 이키토스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는 박물관은 영어로는 Museum of Historic Boats으로 소개되곤 하는 Museo Barco Ayapua다.
처음에는 그냥 옛날 배 하나 갖다 놓고 관광객들의 코 묻은 돈이나 뜯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가서 전시를 보니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위에서 써놓은 이야기 대부분은 이 박물관에서 보고 알게 된 것들이다. 내가 스페인어를 못하다 보니… 흑흑
아마존에서 보고 겪은 것이 이것 뿐일 리 만무하지만 나머지 이야기들은 좀 더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야 풀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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