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정의 구현, ‘스마트 신고’만 있으면 나도 각시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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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 앞 교차로에 불법주차를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교차로에 주차를 하면 맞은편 차로에서 오는 차량이 보이지 않아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할 때 꽤나 위험하다.

얼마 전에는 보니 그런 이유로 발생한 듯한 접촉사고의 흔적까지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이라도 내가 철저히 신고를 해야겠다 맘먹었다. 찾아보니 스마트폰을 사용한 신고 앱이 꽤 잘 발달돼 있더라.

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1제가 이젠 앱등이인 관계로 iOS 기준입니다 지자체에 신고하는 것과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다. 경찰은 교통법규 위반 등을 다루지만 불법주차는 (딱지 맞아본 분들은 다 아시다시피) 시도군구청 같은 지자체 소관이다.

교통법규 위반 뿐만 아니라 몰카 같은 것도 신고할 수 있다. 근데 몰카는 신고하다가 범인 도망갈 거 같은데…

대부분의 교통법규 위반 사항은 운전을 하다가 목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마도 보행자 입장에서 신고할 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서울스마트불편신고라는 앱을 제공한다.

아… 안 예쁘다. 드루킹이 킹크랩 돌리는 2018년에 이런 색상 테마의 앱을 써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출동하면 어떨까?

사실 행안부에서 만든 생활불편신고는 서울시 앱이 제공하는 기능을 똑같이 제공하면서도 서울시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 어디서든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냥 신고만 하면 알아서 관련 지자체에 이첩해준다.

그러나 한 가지 단점이 있다.

충격의 UI
나 이거 아이폰 3GS 시절에 본 거 같아…

이 앱을 보고 나면 서울시 앱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어쨌거나 신고만 잘 접수되면 일단은 오케이 아니겠는가. 나는 서울시민이니까 그래도 쬐끔 더 예쁜 서울시 앱을 주로 쓴다.

앱을 설치한 이후로 나는 불의를 보면 그냥 지나가는 내가 아니게 되었다.

이제부터 나를 서대문구 각시탈이라 불러다오

첫 신고를 해봤다. 허나 사진을 그냥 찍으면 안된다.

신고 대상이 되는 차량이 불법 주정차를 하고 있다는 걸 입증하려면 시간의 경과를 보여주는 사진 2장 이상이 필요하다.

서울시 앱의 경우는 앱에서 첫 사진을 찍고 나면 60초가 카운트된다. 60초가 지나고 나서 사진을 (기왕이면 다른 각도에서) 찍으면 이제 최소한의 요건이 갖춰진 것이다.

마음먹기에 따라선 1분도 긴 시간이 될 수 있다. 저번에는 첫 사진 찍고 기다리는데 4초 정도 남겨놓고 차가 가버려서 허탈했던 일도 있었다.

이 신고앱들을 사용하여 신고를 할 때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이 있다. 사진은 무조건 이 앱을 통해서 찍어야 한다.

기본 카메라앱이나 다른 서드파티 카메라앱으로 찍은 사진은 아예 등록 자체가 막혀있다.

신고앱으로 찍은 사진은 사진의 위아래로 사진을 찍은 시간이 초 단위까지 워터마크처럼 찍혀서 나온다.

그러니까 사진의 촬영시간을 확실하게 하게 위해서 이런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사실 그냥 일반 카메라앱으로 사진을 찍어도 메타데이터로 촬영시간 같은 것은 다 나오는데 뭣하러 워터마크를 찍는 방식을 고집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앱을 열어서 신고하려는 항목을 누른 다음 사진이 뜨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신고를 놓칠 수도 있는 것이다.

안돼~~~ 범법 차량이 도망가버렸어~~~~!!!

물론 불법주정차야 그렇게 빨리 도망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만약 서울시 앱으로 제대로 사진을 찍었는데 전송 중에 네트워크 오류 등으로 전송이 실패되면 처음부터 사진을 다시 찍어야 한다.

서울시 앱으로 사진을 찍으면 워터마크가 찍힌 사진이 폰 갤러리(카메라 롤)에도 저장이 되기는 하는데 불법주정차 신고 기능에는 카메라 롤에 있는 사진을 불러오는 기능이 없다.

사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신고를 했을 때 이런 일이 발생했다. 전송 중에 이상한 공개 와이파이 핫스팟을 잡았다가 연결이 끊어지는 바람에 전송에 실패한 것이다.

크윽… 전송이 실패하다니…

하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찍어놓은 사진을 첨부할 때는 ‘생활불편신고’ 탭을 쓰면 된다.

휴 다행이다.

다시 정의 구현 준비

이렇게 접수를 하면 금방 SMS로 답신이 온다.

그런데 이렇게 생활불편신고로 해서 불법주정차를 신고하면 한 가지 단점이 있다는 걸 나중에 발견할 수 있었다.

이튿날 신고 처리 결과가 SMS로 날아왔다.

어라, 그러니까 내가 신고한 차량은 그냥 ‘자진이동’으로 처리가 됐다는 거다. 때마침 거기에 주차하고 있던 애꿎은(그렇지만 어쨌든 이놈도 불법주차다) 차량이 단속됐다.

한번 서대문구청 담당 부서에 문의를 해봐야겠지만 접수가 ‘생활불편’으로 들어가서 과태료 처분이 안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오늘은 제대로 절차(?)를 밟아 신고를 했다.

제가 막 아무나 신고하고 그러는 게 아닙니다. 법질서를 업신여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대한민국에 많은 것입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접수가 된 것 같다.

오늘도 각시탈은 정의 구현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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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이젠 앱등이인 관계로 iOS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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