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베이트먼은 명함 안에 숨어있는 상징과 권력에 집착했는데 나 같은 웹덕후는 다른 사람들 웹사이트를 보며 비슷한 망념에 빠진다.
가장 먼저 보는 건 물론 디자인이다. 어떤 색상을 썼나, 어떤 폰트를 썼나. 그 다음엔 플랫폼이 뭔지를 본다. 워드프레스면 그냥 평타—너무 흔하잖아요. 링크트리나 스퀘어스페이스 같은 거 쓰면 감점. 오, 고스트라니 간지 좀 나는데? (이 생각으로 한번 고스트로 전환해봤다가 개피보고 워드프레스로 돌아왔다)
하지만 요새 보면 트루 간지는 그냥 static 웹사이트다. 스태틱에 오히려 2000년대 야후! 시절 디자인이면 그야말로 캐간지(이를테면 폴 그레이엄). 스태틱 블로그인데 디자인이 너무 미려하면 뭔가 사기꾼 같다니까요.
요즘에는 웹디자인 철학에 대해 옵시디언의 CEO인 Steph Ango의 글을 많이 참조하는데 옵시디언에 Jekyll을 물려서 스태틱 블로그를 만드는 것도 상당히 좋은 방식 같다.
사실 마스트헤드 뉴스레터를 기획하면서 처음에 Jekyll로 만드는 걸 구상했었는데 결정적으로 내 HTML/CSS 코딩 실력이 맨땅에서 디자인 엘러먼트를 구현할 정도가 안되어서 포기했었다. 좀 찾아보니 Tailwind 같은 라이브러리를 써서 하는 게 가능할 것도 같아, 워드프레스 졸업하고 스태틱 블로그로 전환하기를 새해 목표 중 하나로 정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직접 익혀서 구사할 시간이 없거나 귀찮은 이들에게 워드프레스는 여전히 가장 좋은 솔루션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