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어찌 스포 없이 리뷰가 가능하겠습니까)

이런 흡인력은 간만이다. 개봉 당일 보고는 그 다음날 다시 봤다. 두 번째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영화는 <엔젤 하트>였는데 이는 내가 이런 류의 오컬트 스릴러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확실한) 악마/귀신의 존재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과 토착신앙(부두교와 한국/일본의 무속)이 주는 기묘한 분위기가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곡성이 엔젤 하트와는 달리 성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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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박물관 기행

사육사가 건빵이 든 통을 흔들면 돼지들이 마구 뒤따른다. 그야말로 피리 부는 사나이.

시작은 <검은 사제들>이었다. 뭇여성들은 사제복을 입은 강동원의 자태에 빠져든 듯했지만 나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자꾸 그 새끼돼지가 생각났다. 토실토실한 몸과 귀여운 코, 힐을 신은 듯 우아한 발. 조류에 이어 이젠 돼지가 좋아졌다. 나도 돼지니 이것은 나르시시즘인가 이런 나의 돼지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한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자신이 예전에 취재차 경기도 어딘가에 있는 돼지 농장엔가를 간……

옛 면도법에 대한 예찬

키가 자라는 건 이미 한참 전에 멈추었는데. 수염은 그 이후에도 자라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대학 초년생 때만 하더라도 이틀에 한번 정도 깎아도 충분했던 것 같았는데 이제는 저녁이면 까칠해진다. 귀찮아서 수염을 길러보는 것도 생각해 봤다. 모두가 말렸다. 인생에는 모두가 말리더라도 감행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스타일에 관련된 것들은 대체로 예외다. 무엇으로 깎을 것인가. 전기면도기는 급한 아침에 편리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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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종일, 장성택의 길

흔히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란 표현을 쓴다. 북한, 그것도 권력 최상층에 관한 이야기는 그 특성상 ‘만지는’ 정도도 되기 어렵다. 최상층 인사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여기에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보를 얼마든지 왜곡 및 날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중간에 섞여 있을 가능성도 엄존한다. 장님들이 각자 자신들이 코끼리라고 생각한 것을 찍어온 사진들을 모아 조합하여 코끼리를……

반세기 경력 이발 기능장의 찰스 바버샵

즐겨찾던 바버샵의 바버가 그곳을 떠났더군요. 이제 앞으론 어딜 가야하나 단골 맥주집 사장님과 논의(?)를 하다가 오랜 경력의 이발사가 최근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바버샵을 오픈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그곳이 어딘지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홍대 근방에 바버샵이 한둘이 아닌지라… 게다가 나중에서야 알게 됐지만 원장님이 블로그라든지 이런 것들에 대해 잘 모르셔서 쉽게 검색이 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겨우 찾아낸 블로그는 충분한 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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