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메신저 앱이 전화번호의 죽음을 가져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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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역에 사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도 당신은 WhatsApp이나 Line, WeChat, 또는 이 셋의 조합하여 사용하는 것에 익숙할 것이다. 이 ‘무료 메신저 앱’들은 이미 단순한 문자 메시지 앱을 넘어섰다. 이 세 가지 메신저는 각자의 방법으로 당신의 전화기가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데이터 연결로 가능하게 한다. 문자를 보내는 것부터 음성통화, 영성통화, 사진 전송을 비롯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메신저 앱들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미 사회 깊숙이 뿌리내렸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내가 대만에 살았을 때 나는 “전화번호가 뭐에요?”라는 말을 한 적이 거의 없다. 대만에서 연락처를 교환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Line 아이디가 뭐죠?”이다. 사업상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다. 동네 피자집에서 주문을 하거나 단골 가게에 컴플레인을 걸 때에도 Line을 사용한다.

아시아의 여러 지역에서 ‘메신저 앱 혁명’은 이미 시작된지 오래다. 그러나 이 혁명은 전세계에서 현재 진행중이다.

일본, 대만, 한국, 인도에서 인기가 많은 Line은 4.9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WeChat은 4.38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Facebook에 인수된 WhatsApp은 6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갖고 있다. 이를 합치면 대략 15억 개의 계정들이 이 앱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전세계의 스마트폰 사용 대수와 비슷할 정도로 큰 숫자이다. 게다가 이 숫자는 가장 인기가 많은 앱들만 추린 것이다 (Viber와 카카오톡 또한 수억 명의 사용자를 갖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겹치는 숫자가 있을 것이다(나는 내 OnePlus One에 WeChat과 Line을 깔아놓고 쓰고 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 앱들이 정말 정말 인기가 많다는 사실이다.

WhatsApp의 월간 사용자 수

 

메신저 앱이 단지 인기만 많은 건 아니다. 통상적인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비해 많은 이점 또한 갖고 있다. 이를 테면,

저렴하다.

거의 대부분의 메신저 앱이 무료이다. 광고를 달거나 ‘스티커’라는 이모티콘을 팔거나 기업용으로 유료 버전을 파는 등으로 각각 나름의 수익 모델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최종사용자 입장에서 당신은 Line이나 WeChat을 쓰는 데 단 한 푼도 낼 필요가 없다 (WhatsApp은 처음 1년은 무료로 사용한 후 명목상 1년에 $1를 과금한다). 와이파이망에 연결되어 있지 않을 경우 모바일 데이터에 대한 사용료를 내야하지만 뭐 어차피 그건 이미 내고 있을 것 아닌가. 그리고 영상통화만 피하면 그리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휴대폰으로 국제전화를 쓸 때마다 걱정에 떨어야 했던 걸 또렷히 기억한다. 나는 외국에 나가기 몇 주 전부터 해당 국가의 SIM카드에 대해 연구하곤 했다. 새로운 장소에 전화도 없이 있는다는 건 상당히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SIM카드를 사고 나면 너무나 비싼 요금 때문에 누구에게도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려 하지 않았다.

지금? 아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공항이나 호텔의 와이파이망에 접속하면 언제든 내 연락처의 누구에게나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아도 사람들이 내게 연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가 들어있는 선불 SIM카드를 구입하면 와이파이 되는 곳을 찾아 서성일 필요없이 언제든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전화가 가능하다. 베이징의 커피숍에 앉아 뉴욕에 있는 친구와 (공짜로) 길게 대화할 수도 있다. 국제전화에 대한 모든 생각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앱들은 여행에 혁명을 가져왔고 세계화를 이루었다.

기능이 더 좋다.

통신사를 기반으로 한 전화나 문자 메시지는 십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통신사들은 음성통화와 단문 메시지, 그리고 MMS를 통한 사진 전송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이 모든 과정은 부조리할 정도로 복잡한 요금제로 이루어졌다. 수십 개가 넘는 통신사들이 각기 다른 요금제와 가격을 제시한다. 사용자들은 요금제에 따른 제한이나 수신범위, 장거리 통화 등에 대해 항상 전전긍긍한다. 메신저 앱을 사용한다는 것은 이제부터는 데이터만이 유일한 척도임을 의미한다.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모든 걸 가진 셈이다. 간단하다.

그리고 메신저 앱의 개발자들은 유용한 기능을 추가하는 데 통신사들보다 훨씬 더 유능했다. 이 메신저 앱들의 연락처 관리법은 전통적인 전화번호 방법에 비해 비약적으로 개선되었다. 주변의 연락처를 자동으로 등록하거나 QR코드를 공유하여 숫자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등록할 수 있다. 통상적인 영상통화, 음성통화, 문자 메시지 대신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은 더욱 풍성해졌다. WeChat은 ‘Sight’라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친구들에게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을 곧바로 (Vine과 비슷한 루프로) 보여준다. 카메라 앱을 켜거나 영상통화를 시작할 필요가 없다. 빠르고, 직관적이며, 전통적인 문자 메시지보다 훨씬 앞서있다.

워낙 다양한 기능들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능에 대한 설명으로만 글 하나를 쓸 수도 있다. 그러나 핵심은 간단하다. 메신저 앱은 혁신적이며 당신의 통신사가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경험을 제공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왜 우린 아직까지도 문자메시지에 대해 요금을 내고 있는 걸까?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우리 전화기가 완전히 데이터 기기가 되어 전화번호가 필요없어지는 시대가 오지는 않을까?

바로 떠오르는 문제는 파편화와 업체 선택이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전화와 문자 메시지는 구식이고 값비싸지만 적어도 보편적인 방식이긴 하다. WhatsApp으로 친구나 가족에게 전화를 걸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직장 동료가 WeChat이나 Line을 쓸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은행에 전화를 걸 때도 (어쨌든 아직까지는) 전화번호가 필요할 것이다. 해결책 하나는 이 ‘무료 메신저 앱’ 서비스들이 협력하여 모든 앱에서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오픈 ID’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사들은 위협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중국에서 가장 큰 이동통신사인 China Mobile은 WeChat과 경쟁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통합하고 있다. 무료 메신저 앱들이 실제로 통신사의 매출에 타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WhatsApp 하나가 2013~2014년의 문자 메시지 매출의 3~4% 하락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 혁명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문자 메시지는 오랫동안 통신사들의 주수입원이었다. 전세계적으로 메신저 앱들은 2013년 한 해에만 $330억의 매출 손실을 가져온 것으로 추산되며, 통신사들은 이러한 추세를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WeChat 월간 사용자 수

 

T-Mobile은 이번 달에 미국 통신사로서는 처음으로 전세계 120개 이상 국가에서 무제한 문자메시지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국제요금제를 내놓았다. 해외여행자들에게는 처음으로 진짜 합리적인 요금제이자 인터넷 기반 메신저들에 대한 대응책이기도 하다. T-Mobile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통화는 여전히 1분당 $0.20이고 데이터 속도는 2G 수준으로 제한된다는 점은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미국 통신사가 제공하는 국제요금제 중에 가장 나은 것이다. 인터넷은 본질적으로 글로벌한 반면 이동통신사는 결코 국제적일 수 없는 태생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통신사들이 요금제를 가지고 이리저리 굴리고 있을 때, 수억 명의 사람들은 조용히 인터넷으로 갈아타고 있다.

통신사 기반 서비스는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지만 통신사의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의 스마트폰은 점차 ‘폰’이 아닌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로 바뀌어 가고 있다. 데이터가 모든 것을 정복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리고 통신사들이 외부로부터의 경쟁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이 이동통신 서비스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휴대폰 서비스 업체가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업체로 전환되는 과정일 뿐이다. 모바일 데이터 연결이 없다면 Line, WhatsApp, WeChat은 통신사를 대체할 수가 없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와 이동통신사와의 경계는 이제 너무 흐릿해져서 더는 둘을 구분하는 데 의미가 없다. 이를 깨닫고 받아들이는 이동통신사가 향후 앞서나갈 것이다. 이거 하나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압도하고 있고, 전화번호는 죽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난 한번도 전화번호를 좋아한 적이 없었으니까.

[note note_color=”#f3f3ef”]OnePlus의 마케팅 담당인 Bradon Harwood가 OnePlus 블로그에 쓴 글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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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올라올지는 몰라도 그럭저럭 읽을 만합니다.


Comments

One response to “무료 메신저 앱이 전화번호의 죽음을 가져올까”

  1. […] (이젠 스마트폰에서 ‘전화’ 기능이 사라져가고 있기는 하지만) 전화가 올 때, 소속이나 직함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서 내가 적어놓은 메모 따위가 같이 뜬다면, 전화를 받아 통화를 하는 그 순간까지도 ‘대체 이 사람이 누구였더라…’ 고민할 일도 없을 것이다. 심지어 엉뚱한 사람으로 착각하여 간만에 전화주신 분에게 굴욕감을 선사할 일도 없을 테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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