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혼자서 다 할 수 있을까?
모바일 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것을 실천해 보면서 내가 가장 입증해 보이고 싶었던 것은 혼자서 다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가장 난감한 부분은 촬영이다. 이런 모습을 상상해보자.
기자가 인터뷰이와 함께 특정 장소를 걸으면서 대화를 나눈다. 단순히 나누는 대화만 담길 것이 아니라 그 장소의 풍경도 같이 드러나야 한다.
이걸 어떻게 혼자서 찍냔 말여?
드론을 쓰지 않을 거라면[footnote]게다가 드론은 아직까지 비행 소음이 크기 때문에 현장의 소리를 제대로 녹음하기 어렵다.[/footnote] 결국 카메라를 들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기자 본인이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카메라를 신경써야 하니까 인터뷰이와 대화를 원활히 나누기 쉽지 않다.
스케치 혹은 인터뷰 위주의 영상이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촬영을 할 수 있는데 기자 본인이 스토리의 주인공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촬영을 하는 게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 어느 정도를 실증할 수 있느냐가 나의 관심사였다.
그래서 을지로 재개발 사업을 다룬 이번 BBC 기사에서 한번 시도해봤다.
을지로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를 만나서 주변을 같이 돌아다니는 일종의 가이드 투어를 했다. 그리고는 그의 스튜디오로 가서 인터뷰를 했다.
함께 돌아다니면서는 어떻게 촬영을 하는 게 좋을까 고민했는데 다행히도 셀카봉을 쓰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지금 사용하는 삼각대가 일부분을 재조립하여 모노포드로 만드는 게 가능했는데 이렇게 모노포드로 만든 후 기둥의 손잡이를 쥐고 셀카봉마냥 사용한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셀카봉과 비슷하게) 들고 이동하면서도 다양한 각도로 촬영하는 게 가능하다. 셀카봉 사용보단 부끄러움이 덜하다는 것도 장점
모니터링은 어떻게 하지?
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보지 않고 있는데 제대로 촬영되고 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이폰을 장착한 리그(rig) 위에 모니터를 장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지만 모바일은 언제나 전원이 부족하다.
여기서 FilMic Pro + 애플의 시너지가 나온다. FilMic Pro는 다른 모바일 기기에서 현재 촬영이 진행 중인 기기를 원격으로 조작하거나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보조 앱 FilMic Pro Remote를 제공한다.
이 앱은 모든 iOS 계열 기기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내가 아이폰으로 촬영 중인 내용을 내 애플 워치로 보거나 내 아이패드로 포커스, 노출 등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게 가능하다.
해보면 정말 경이롭다. FilMic Pro가 안드로이드 버전도 무척 훌륭하긴 하지만 iOS 계열 기기들만큼 다양하지가 않아 이 장점을 완전히 누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맛에 앱등이 합니다 흐규흐규)
그래서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이런 저런 방향으로 찍으면서도 촬영 중인 각도를 모니터링하는 게 가능하다. 나는 촬영 중에 애플 워치를 흘끔 흘끔 보면서 앵글을 맞췄다.
흔들림을 잡는 게 핵심
이런 경우에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문제점은 화면의 흔들림이다. FilMic Pro의 자체 stabilizer를 사용하는 것은 필수다.
4K 해상도로 촬영을 하고 자체 스테빌라이저를 쓰면 (수전증이 없는 이상) 삼각대나 모노포드 없이도 꽤 괜찮은 스틸샷을 찍을 수 있다. 물론 FCPX에서 또 스테빌라이저를 써야 한다 (이때문에 4K 해상도가 필수다).
문제는 계속 이동하면서 찍을 때다. 이번 아이템에서는 내가 아직 이런 촬영 방식에 익숙하지가 않아 많이 흔들려 결국 넣지 못한 영상들이 많았다. (하지만 적절히 촬영된 것들은 오히려 흔들림이 보다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했다.)[footnote]최근 출시된 갤럭시S10은 동영상 촬영시 광각 렌즈를 동시에 사용해 거의 김벌이 필요없는 수준의 ‘수퍼 스테디’ 기능을 갖고 있는데 나중에 FilMic Pro가 이런 기능도 수용하면 무척 좋겠다.[/footnote]
저비용만 장점이 아니다
모바일 저널리즘의 가장 큰 장점은 물론 저비용이겠지만 이번 아이템에서는 또다른 장점도 살릴 수 있었다.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단 둘이서만도 충분히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뷰이가 보다 금방 어색함을 떨칠 수 있었다. 이는 실제로 인터뷰 등을 진행해 보면 의외로 큰 차이가 된다.
이번 아이템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면서 영상 아이템을 만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함을 실증했다는 데 내겐 큰 의미가 있었다. 앞으로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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