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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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윌슨, 「오컬트」
콜린 윌슨은 이미 「아웃사이더」에서 인간 정신의 새로운 발달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었다. 책의 후반에서 구르지에프가 상당한 비중으로 언급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윌슨이 나중에 오컬트에 대한 책을 썼다는 것도 고등학생 시절 열심히 읽던 범우사판 아웃사이더의 (나중에 윌슨이 새로 쓴) 저자 서문에서 알 수 있었다. 아웃사이더로 인한 급작스런 성공 이후 평단의 혹평을 면하지 못하다가 1971년 오컬트를 펴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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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네스터, 「호흡의 기술」
숨 쉬라고 코가 있긴 하지만 입으로 숨을 쉬는 사람도 많다. 코가 잘 막히는 경우도 있을 테고 뛰다가 숨이 차면 더 많이 들이쉬려고 입을 쓰기도 하잖은가. 그런데 입으로 숨을 쉬면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된다. 수면의 질은 물론이고 심지어 운동 능력까지도, 코로 숨을 쉬었을 때와 입으로 숨을 쉬었을 때의 차이가 현저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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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레이, 「고양이의 철학」
동물로서의 고양이를 특히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어떠한 상징마냥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고양이’에 대해 가끔, 어디서부터 솟는 것인지 분간이 어려운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많은 경우, 고양이는 ‘인간다움’에 대한 안티테제처럼 제시된다. ‘패배의 시대The Age of Defeat‘의 적절한 상징이기도 할 터. 식자가 고양이에 대해 책을 쓰는 일은, 그래서 내겐 내리막의 시작처럼 여겨진다. 한국에서 (갑자기) 고양이에 대해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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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진짜지만 ‘세계의 종말’은 아니다. 게다가 가장 시급한 문제도 아니다.
지난 6월말 출간된 후 아마존 환경 분야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어포칼립스 네버’가 도발적으로 던지는 화두다. 저자 마이클 쉘렌버거는 한국에도 꽤 알려지긴 했지만 매우 단편적으로만 그렇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탈핵 정책을 재고해달라고 공개 서한을 보내고 한국을 방문해서 경주를 탐방하고 친원자력 단체들 행사에 참가한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footnote]일각에서는 환경운동가로 위장한 친원전론자라고 폄하하기까지 하는데 아무리 원전이 싫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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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눈물」과 disgustipated
권정생의 동화 「하느님의 눈물」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이반 카라마조프의 입을 빌려 읊는 「대심문관」에 비견될 만하다. 「대심문관」은 인간의 자유에 대해 본질적이면서도 냉정한 질문(그리고 답)을 던지고 「하느님의 눈물」은 생명이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을 집어삼키는 데 대해 그리 한다. 권정생이 통속적인 비건 감수성을 갖고 썼다면 자신이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풀’을 생각하는 산토끼가 주인공이 되진 않았으리라.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