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로서의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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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철학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의 스타일적 아름다움을 가장 명징하게 보여주는 매체는 종이책이 아닌, 비트겐슈타인 생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하이퍼텍스트다.

각각의 대명제를 클릭하면 그에 대한 보론이 이어진다. 굳이 보론을 살펴보지 않더라도 1번부터 6번까지의 논리적 흐름을 (이해의 여부는 차지하고) 읽을 수 있다.

예전부터 논리철학논고의 이런 스타일(하이퍼텍스트로 비로소 구현된)이야말로 궁극적인 보고서 형식이라고 생각했다.

핵심명제들이 (나름의 구조를 갖추고) 먼저 등장하고, 필요하면 각각의 명제에 대한 보론(결국 대명제를 제외하면 나머지 서술들은 모두 각주에 불과하다)을 추가로 읽을 수 있다. 하이퍼텍스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예전에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대북전단 문제에 대한 글을 썼을 때도 이런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중간의 논지를 짜봤다. 그런데 HTML의 기본 리스트 태그만 쓰면 이렇게 나열된 형태로만 존재하게 되고, 제대로 하려면 Shortcodes처럼 플러그인을 써서 거기서 제공하는 아코디언 스타일을 써야 한다. (이재용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설명 예시에서 이를 구사해봤다.)

다음번에는 더 본격적으로 (nested accordion이라고들 한다) 이 스타일을 구사한 글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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