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방탄커피Bulletproof Coffee가 인기라더니 구글에서 ‘방탄커피’를 쳐보니 정말로 많은 웹문서들이 나온다.
어떻게 생겨나게 됐는지부터 레시피와 효능까지 많은 설명이 있지만 부정확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여 벌써 2년 가까이 몸으로 겪어본 내가 부연을 좀 달고자 한다.
1. 지방을 태우려면 지방을 먹어야 한다
어떻게 지방이 많이 든 커피를 마셔서 몸의 지방을 덜어낼 수 있는지 의아할 수 있겠지만 그 원리는 단순하다. 사람의 몸은 크게 두 종류의 연료를 쓴다. 하나는 포도당(설탕)이고 다른 하나는 케톤ketone(지방)이다.
탄수화물의 섭취량이 많은 현대인의 식단 아래서는 통상적으로 포도당이 주연료다. 그러나 단식 상태이거나 지방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면 몸은 지방을 태워 케톤을 연료로 쓰게 된다.
이 상태를 케토시스ketosis라고 부르는데 이때 몸은 음식으로 섭취한 지방 뿐만 아니라 체지방 또한 태워서 케톤을 만든다.
구석기 다이어트, 저탄고지 다이어트, 키토제닉 다이어트 등으로 일컬어지는 다이어트 방법들은 모두 이 케토시스 상태를 활용한다.
바로 이 케토시스 상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방탄커피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2. 그래서 제 효과를 위해서는 간헐적 단식을 같이 해야 한다
방탄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체지방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은 되지만 확실한 효과를 위해서는 간헐적 단식을 같이 해줘야 한다.
간헐적 단식에는 여러 방식이 있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은 점심을 늦게 먹고 저녁을 점심 먹은 후 5시간 내에 먹어서 수면 시간까지 포함한 공복 시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식을 그냥 사용하면 점심 때가 되면 몸에서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난리를 치는 통에 흔히 말하는 ‘당이 떨어진’ 상태가 된다. 제대로 일을 하기도 어렵다.
이때 방탄커피를 마시면 공복 상태(정확히는 케토시스)를 유지하면서도 뇌에 에너지를 공급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다이어트의 효과 또한 배가된다.
방탄커피의 창시자 데이브 아스프리는 체중 감량을 위한 방탄다이어트 스케줄을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 오후 2시까지는 방탄커피를 제외한 다른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다
- 점심과 저녁은 오후 2시~8시 사이에 먹는다
- 탄수화물은 저녁에만 먹는다
간헐적 단식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점심께가 가장 큰 고비다. 이때를 무사히 넘겨도 멘탈은 거의 너덜너덜해진다. 그러나 방탄커피를 마시면 어느새 시계를 보니 오후 2시일 정도로 멀쩡하다.
식단을 철저히 따르면 실제로 하루에 0.5kg씩 빠진다. 간헐적 단식과 방탄커피만 지켜줘도 하루 0.5kg까지는 아니더라도 효과가 금방 보인다. 술만 안 마신다면.
3. 사실 코코넛오일을 넣으면 큰 효능이 없다
가장 널리 알려진 레시피에서는 버터와 코코넛오일을 넣는다. 그러나 이 레시피로는 최대의 효능을 누릴 수 없다.
본래 방탄커피에 코코넛오일을 넣는 까닭은 코코넛오일에 MCT오일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MCT오일은 섭취하면 몸 안에서 케톤으로 변환된다. 우리의 목표인 케토시스 상태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데 흔히 MCT오일로 분류되는 오일 중에서도 우리의 목표에 가장 효율적인 오일은 별로 많지 않다. 이 소수의 진짜 MCT오일은 간을 거치지 않고서도 케톤으로 변환된다. 다시 말해 몸에서 케톤으로 변하는 속도가 가장 빠르다.
방탄커피를 마셨는데 여전히 금방 배가 고프다면 버터를 충분히 넣지 않았거나 MCT오일의 품질을 의심해봐야 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냥 싸게 먹자 생각해서 코코넛오일만 고집했다. 그러다가 궁금해서 제대로 된 MCT오일을 한 통 사봤다.
효과는 굉장했다.
특히 처음으로 제대로 된 MCT오일을 넣은 커피를 마셨을 때가 인상적이다. 싸구려 휘발유만 넣고 다니다가 하이옥탄 고급유를 넣은 듯한 기분이다.
다만 처음에 섭취하면 복통과 설사가 있을 수 있어서 처음부터 정량(1 TBSP)을 시도하면 안되고 1tsp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늘려나가는 게 좋다.
4. 어떤 버터를 쓰느냐가 중요하다
아스프리는 제대로 된 방탄커피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목초를 먹고 자란 소의 우유로 만든 버터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목초 버터를 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냥 앵커 버터를 찾으면 된다.
그러나 만약 사무실에 있거나 외근을 나간 상태라 마트를 찾을 수 없다면? 스타벅스에서 이즈니 버터를 500원에 팔고 있으니 사면 된다.
그러나 이즈니 버터는 100% 목초 버터는 아닐 수 있다. 아래는 아스프리의 <최강의 식사>에 나오는 감수자의 주석이다.
[su_quote cite=”데이브 아스프리 저, 정세영 역, 양준상 감수, <최강의 식사>, 124쪽”]케리골드 버터는 1년에 312일간 방목하고 겨울에는 곡물 사료를 먹인 소의 우유로 만드는데 곡물 사료의 최대 3%가 유전자 조작 원재료일 가능성이 있다. 앵커 버터는 100% 목초만 먹인 소의 우유로 만든다. 이 버터를 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AOP 인증을 받은 에쉬레, 이즈니 버터 등 사료를 엄격히 관리하며 목초 사료 비율이 높은 제품이 좋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버터에는 에쉬레, 이즈니가 있는데, 에쉬레는 100%이지만 이즈니는 100%가 아닐 수 있다.[/su_quote]
5. 섞는 방법도 재료만큼이나 중요하다
목초 버터와 곰팡이가 없는 좋은 커피콩도 중요하지만 의외로 섞는 방법 또한 중요하다.
단순히 스틱으로 저어주는 것은 커피 따로 버터 따로 오일 따로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블렌더로 강력하게 섞어줘야만 제대로 된 방탄커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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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프리는 자신의 책에서 방탄커피의 재료들을 블렌더로 섞는 과정에서 미셀이 형성되어 제 효능이 나온다고 한다.
[su_quote cite=”데이브 아스프리 저, 정세영 역, 양준상 감수, <최강의 식사>, 124쪽”]커피에 넣는 버터와 오일은 단순히 젓는 게 아니라 골고루 섞는 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버터와 오일을 충분히 섞어 주면 미셀이라는 상태로 분해되어 지방이 에너지로 변환되기 때문이다. 미셀은 쓸개즙에서도 생성되지만 많으면 많을수록 지방을 태우기 쉬워진다.[/su_quote]
그렇지만 우리처럼 바쁜 현대인들이 매번 커다란 블렌더를 사용하여 방탄커피를 만들기란 어려운 일이다. 커피용품점에서 파는 전기 거품기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그런데 거품기의 성능도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는 한동안 AAA 건전지 2개를 쓰는 소형 거품기를 써왔는데 최근에 AA 건전지 2개를 쓰는 하리오 거품기를 써보고 맛이 확 달라져서 놀랐다.
거품기의 성능이 강해지자 버터와 커피가 더 잘 섞이면서 맛 또한 라떼에 가까워질 정도로 부드러워진다. 섞는 중에 커피가 밖으로 튈 위험이 높아지는 건 함정.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소형 블렌더를 사서 쓰는 것. 완벽하게 섞이기 때문에 얼음을 넣은 아이스 방탄커피를 만들 때도 기버터가 컵 주변에 응고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내 방탄커피 유튜브 채널에 댓글을 단 한 시청자의 경우 블렌더를 사서 완벽하게 섞고 나서부터 방탄커피를 마셨을 때 속이 쓰리는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만일 오일과 버터의 양을 조금씩 조절하면서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속쓰림을 계속 느끼는 경우에는 블렌더의 사용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민감한 사람들은 여전히 속쓰림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6. 하루에 여러 잔 마시면 더 좋다
처음에는 단 한 잔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지만 이것도 무슨 마약과 같은 것인지 한 잔 만으로는 험한 세상 하루를 버티기가 쉽지 않을 때도 많다.
특히 오후 2시까지 간헐적 단식을 할 때는 점심녘 이후를 버티기가 단 한 잔만으로는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최근에 나는 기상 직후 한 잔, 오전 11시쯤 한 잔을 마시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보다 많이 섭취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다만 오후 2~3시 이후로는 마시지 않는 게 좋다. 그 이후에도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으로 인해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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