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혀

위병소를 내려오다가 문득 뒤돌아본 1982년 8월 27일의 부대 진입로 무엇이 따라오며 내 낡은 군복 뒤에서 소리쳐 부르고 있었을까 부르느냐 잡으면 탄피처럼 후두둑 떨어지는 사계(四季) 여름을 살면서 가을을 불시착하고 때로는 하찮은 슬픔 따위로 더러운 그리움으로 거꾸로 돌아가기도 했던 헝크러진 시침(時針)의 사열(査閱) 떠나야 하리라 단호히 수입포 가득 음습한 시간의 녹 닦아내며 어차피 우리들 청춘이란 말없음표 몇 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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